가톨릭교회 생명윤리 교과서라고 불리는 회칙 「생명의 복음」이 반포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5년 이 회칙을 통해 인간 생명의 가치와 불가침성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재천명했습니다. 회칙에는 ‘자살’과 관련된 내용도 언급돼 있습니다. 66항은 “자살은 언제나 도덕적으로 반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교회는 자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합니다.
자살에 대한 입장은 이와 같이 명확하지만 이와 더불어 자살한 사람의 구원을 위해 기도해 줄 것도 함께 권고하고 있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83항)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개정된 새 교회법(1983)에서는 ‘자살한 사람에 대해서는 교회에서의 장례식을 금한다’는 조항이 삭제됐습니다.
이것은 교회가 자살의 정당성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리스도교적 사랑으로 유가족을 위로하고 예를 갖춰 장례를 치러주며 자살자들이 죽음을 선택하기까지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 주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교회의 경우도 사목적 배려로 자살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우리의 무관심과 소외 속에 더 이상의 자살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자살을 사회적 문제인 동시에 ‘마음의 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일본교회는 2001년 주교단 차원에서 21세기를 향한 메시지 ‘생명을 향한 시선’을 발표했습니다.
이 메시지에서는 자사(自死)자와 그 유족들을 위해 “이 세상의 복잡한 현실과 인간의 나약함을 생각할 때 우리들은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자비가 풍성하게 흘러넘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생명을 스스로 끊는 행위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에 대한 큰 죄악이다’는 입장에서 교회는 지금까지 자살자에게 차가운 심판자의 태도로 차별을 조장해 왔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앞으로는 하느님의 긍휼과 용서를 필요로 하는 고인과 위로와 격려를 필요로 하는 유족들을 위해 장례미사를 거행하고 기도하자”고 호소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자살에 대해 터부시하는 사회적 편견으로 평생을 편하게 말 못하고 살아가는 유가족의 고립된 마음을 주님의 사랑으로 헤아려 주고 위로하자는 것입니다.
자살 유가족들이 슬픔을 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서로의 아픔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받아들여줄 수 있는 우리의 따뜻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배려와 위로만이 사람들의 아픔을 줄일 수 있으며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 해바라기 슬픔돌봄 모임 안내
- 대상 : 자살로 가족 및 소중한 이를 잃고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
- 참가비 : 무료(총 6회기), 초기 면접상담을 통해 상담심리사와 1대 1 만남을 가진 후, 추후 자살유가족 자조모임(6~7월 예정)을 통해 회복을 돕게 됩니다. 이후 9월에 사별가족을 위한 1박2일 피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센터 홈페이지(www.3079.or.kr)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문의 02-2265-2952 (월~금, 10~1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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