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방송사들의 뉴스 전쟁이 치열하다. 포털사이트와 스마트폰에 시청자를 빼앗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2011년 말 연합뉴스 TV가 개국하고, 같은 때 출범한 4개 종합편성 채널들이 뉴스 위주로 편성표를 짜고,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한 인터넷 뉴스 채널들까지 가세하면서, TV 뉴스 전쟁은 채널을 가리지 않고 심화되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두드러진 현상은 특히 종편에서 시작된 대담 코너의 범람이다.
전문가 대담은 종편이 등장하기 전에도 공중파 심야 뉴스의 단골 코너였다. 대담은 쉽게 만나기 어려운 명사의 식견과 정보를 쉬운 입말로 전달하고 특정 사안을 심층 분석하는 기회다. 둘 이상의 인물이 말과 표정으로 상호작용하는 대담은 일방향적으로 말을 전달하는 리포팅보다 친근감이 높다. 그렇기에 잘 준비된 대담은 쉽고도 심층적인 뉴스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은 매일 사회 각계의 명사들을 초청, 15분 분량의 대담을 선보여 호평받는다. 현장에 다녀온 기자들이 앵커와 대담하는 것도 뉴스의 배경과 맥락을 전달하는 좋은 방법이다.
문제는 대담이 제작진의 편의를 위해 남용될 때 생긴다. 보도국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취재팀을 꾸리고, 취재처를 섭외하고, 숱한 변수에 대응하며 촬영을 해와서 편집하는 것은 어렵고 품이 많이 든다. 반면 작가를 통해 패널을 섭외하고, 질문지를 보내 답변을 받고, 패널을 스튜디오로 불러 대담을 진행하는 것은 비교적 간편하다. 기획과 자료조사의 어려움을 무시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보도국의 대담 편식증에 내포된 부조리를 언급하려는 것이다.
교회 기관에서도 종편의 대담 사랑을 실감한 적이 있다. 2013년 콘클라베와 2014년 교황 방한 때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사임 전후,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직전, 방한 직전에 주교회의 홍보국에는 대담 섭외 전화가 빗발쳤다. 작가들이 보내온 질문은 시청자의 궁금증을 반영한 것이었고 패널들도 답변을 충실히 준비했다. 그러나 과도한 섭외 요청, 여러 채널에서 보내온 대동소이하고 기계적인 질문 내용은 종편의 열악한 환경을 짐작케 했다. 취재를 기획 진행할 보도국의 역량도 기자 인력도 부족한 형편에서, 과다하게 편성된 뉴스 시간을 채우기 위해 내용 검증의 의무를 패널에게 의존하는.
교회에 대한 관심이 잦아진 지금도 종편의 대담 사랑은 그칠 줄을 모른다. 출연자의 직함과 증언이 주는 신뢰감, 쉽고 직설적인 화법, 넉넉하게 주어진 발언 시간, 친구들의 수다를 보고 듣는 듯한 친근감 덕분이다. 종편 패널은 방송계의 신종 직업군으로 정착됐다.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부 패널은 뉴스 앵커보다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알기 쉬운 뉴스’의 이면에는 ‘쉽게 만든 뉴스’라는 함정이 존재한다. 리포트 대신 대담이, 방송사의 명예를 걸고 일하는 기자 대신 외부인의 비중이 과다해질수록, 뉴스 본연의 취재와 검증 기능은 증발되고 만다. 쉽게 만든 뉴스는 쉽게 버려지기 마련이다.
김은영(TV칼럼니스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경향잡지 기자를 거쳐 미디어부에서 언론홍보를 담당한다. 2008년 <매거진T> 비평 공모전에 당선된 뒤 <무비위크>, <10아시아> 등에 TV 비평을 썼고, 2011년에 단행본 <예능은 힘이 세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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