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머튼 신부의 위대성은 가장 먼저 수도자들의 전유물이었던 ‘관상’을 현대화, 대중화 시킨 데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 토머스 머튼 학회 문영석 초대회장은 “머튼 신부의 저서들 또한 그리스도교 관상의 원천인 신비주의로 돌아가, 관상과 식별,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현대사회에 범람하는 유사 신비체험이나 사이비 신비주의, 무미건조한 현대 허무주의 등으로부터 벗어나, 올바른 영성을 식별하고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도록 도와주는 관상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죄에 대한 강박증적 가르침과 결의론적인 윤리만을 강조했던 건조한 영적 상황에서 마음과 몸에 대한 구체적이고 통합적인 가르침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요가, 참선, 단학, 기공 등 체험을 중시하는 동양의 명상에 몰려가고 있습니다.”
또한 문 회장은 “현대 문화 안에서 직접적이고 관능적인 육감에 길들여진 그리스도인들은 추상적인 교리해설, 형식적인 기도방식 등에 염증을 느끼곤 한다”고 지적한다.
문 회장은 올해부터 ‘한국 토머스 머튼 학회’ 초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토머스 머튼 학회’는 머튼 신부의 삶과 영성의 가치에 공감한 전문가들이 2006년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산하 연구모임을 시작하면서 싹을 틔웠다. 가톨릭 뿐 아니라 개신교 목사, 대학교수 등이 다수 참가하는 모습이 이례적이다. 학회 산파 역할을 한 박우희 서울대 명예교수가 각종 자료와 도서 등을 기증한 덕분에, 머튼 신부 관련 학술 자료들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머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지속적인 연구 활동 외에도 국제 토머스 연구소 소장 초청 기념강좌 등도 열 예정이다.
머튼 신부는 20세기 가장 큰 사건으로까지 평가되는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만남에 다리를 놓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서구세계에 동양적 명상의 물꼬를 틔운 주인공으로서도 중요성을 더한다. 이러한 머튼 신부에 대한 연구는 한국 그리스도교 토착화를 이루는데 큰 힘이 된다.
문 회장은 “불교적 문화를 배경으로 한 한국 사회에서 그리스도교의 토착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통종교사상 중에서도 불교사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문 회장은 “머튼 신부는 외부와 격리된 관상봉쇄수도원에서 생활했지만, 세상의 불의와 폭력에 저항하는 글을 쓰고, 영적 도움을 요청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도함으로써 세상을 위해 봉사했다”고 역설한다. 관상가로서 단순히 종교적 영성만을 말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머튼 신부의 영성은 반전(反轉)과 평화 사상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영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세계화 시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원화된 문화와 맞닥뜨려 있습니다. 머튼 신부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영성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피정, 기도 모임 등을 통해 영성적 배경이 약한 신자들과 일반인들이 올바른 영적 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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