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마다 빠짐없이 미사에 참석하는 ‘필립’이라는 청년이 있습니다. 소아마비를 앓았던 그는 일어서서 걷지를 못해 무릎을 꿇은 채로 기어서 성당에 옵니다. 이미 무릎은 코끼리 피부처럼 딱딱하게 굳은살이 생겼고 두 손은 늘 흙으로 더러워져 있습니다.
필립의 나이는 17살쯤 됐지만, 아직 초등교육을 마치지 못해 학교를 다녀야만 합니다. 2년 전까지는 그에게 세발자전거가 있어서 스스로 집과 학교를 오갔지만, 그의 세발자전거가 낡아서 망가진 후에는 학교를 스스로의 힘으로 다닐 수 없게 됐습니다.
그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생각했던 것이 한국에서 사용되는 휠체어. 작년에 컨테이너를 통해 휠체어 4개를 한국에서부터 들여와 그 중 하나를 필립에게 주었습니다.
처음 휠체어를 받고 기뻐하던 필립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포장된 길이 없는 이곳에서 휠체어는 한국에서와는 달리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푹신한 땅에 바퀴가 박혀 움직이지 못하는 휠체어로는 도저히 혼자 힘으로 이동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약한 앞바퀴는 불과 일주일 만에 망가져버렸습니다.
손으로 페달을 돌려 움직일 수 있는 이곳의 세발자전거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절실한 물건입니다.
처음 이 자전거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가난한 나라의 장애인을 배려한 그 마음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포장된 도로가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이곳에서는 세발자전거가 없다면, 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은 평생 집 밖 반경 500m를 벗어나지 못한 채 살지도 모릅니다.
제가 처음 아강그리알에 왔을때에는 이런 세발자전거가 5대가 있었습니다. 모두 구호단체를 통해 받은 것인데, 7년 전쯤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남수단 독립 전에는 북수단의 수도 카르툼에서 구할 수 있었던 이 세발자전거는 그러나 독립이 되고 난 후부터는 구할 방법이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세발자전거도 녹이 슬어 부서지거나, 망가진 부품을 새로 구할 수 없어 고장난 상태로 방치됐습니다.
몇 주 전, 룸벡에 위치한 적십자에서 이 세발자전거를 나누어 준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문의 출처를 찾았고, 쉐벳에 있는 표 신부님과 정 신부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담당 책임자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과연 소문대로 세발자전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고 있었습니다.
단, 본인이 직접 와서 장애를 확인받아야 자전거를 받아갈 수 있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걷지 못하는 사람이 직접 먼 길을 와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그들의 조건이 다소 융통성 없게 느껴졌지만 이해가 갑니다. 도움을 주는 일은 도움을 받는 것만큼 까다롭고 힘든 일이니까요.
지난 주일에 필립을 필립의 형과 함께 룸벡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 아침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필립이 세발자전거를 갖게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필립 형의 연락이었습니다.
기쁜 소식은 전할수록 더 기쁜 소식으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 남수단에서 사용되는 세발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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