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회장 황석모 신부)와 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회장 이광옥 수녀)는 6월 15일 제주시 한림읍 성 클라라수도회 제주 수도원에서 첫 번째 ‘봉헌생활의 해 심포지엄’을 열었다.
수도자들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심포지엄은 수도생활에 대한 신학적, 그리스도론적 관점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 미래지향적 수도생활의 대안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남장협과 여장연은 이후 광주 염주동성당(6월 22일), 서울 서강대 체육관(7월 6일), 대구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7월 13일) 등에서 심포지엄을 이어간다. 심포지엄 발표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봉헌생활의 철저한 복음의 삶 - 백남일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복음, 수도생활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
복음은 교회 안의 모든 영성에 있어서 최상의 규범이 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수도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생활에 있어서 유일한 규칙서가 된다. 따라서 복음은 수도생활의 쇄신이나 사도직 활동, 양성과 같은 모든 분야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리이다.
복음적 권고 세 가지와 관련해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름이라는 동일한 주제 안에서 하느님께 향한 사랑이라는 유일한 실재와 그분께 자신을 봉헌하는 사랑의 응답으로서 이들을 통합하는 관점이 필요하겠다. 정결은 무엇보다 신성한 은총의 고귀한 선물이며, 성령으로부터 기원하는 은사이고, 그리스도의 동정의 생활 방식을 재생케 하는 성소인 것이다. 동시에 인간 편에서의 자유로운 응답인 한에서 이것은 온전한 자기 증여와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다.
교령 ‘완전한 사랑’에서 청빈의 권고는 무엇보다 그리스도와의 관계 안에서, 분명하게는 그리스도를 따름이라는 맥락 안에서 고찰되고 있다. 수도자의 가난은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의 관계 안에서가 아니라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수도자들은 가난 선서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삶에 참여하며 가난한 이들과의 친교에 관심을 기울인다.
순명은 하느님의 뜻과 그분의 선교 사명에 충실히 결합되고자 하는 성숙한 책임감의 표현이다. 또한 성소의 근원에는 한 개인이 자신의 역사를 식별하도록 불리어졌음을 인식하고 순명하는 과정이 내포되어 있다.
그리스도의 구체적인 생활방식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오직 그 분만이 선사하실 수 있는 축성생활에 대한 이해와 결단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 요구된다. 그리하여 유일하게 그리스도만이 갖고 있는 매력에서 온전히 그리스도께 집중된 삶, 그분께 완전히 봉헌되고 오직 그분 안에 원형이 간직된, 이른바 축성의 생활이 생겨나는 것이다.
교종 프란치스코가 가르치는 봉헌생활 - 국춘심 수녀(성삼의 딸들 수녀회)
축성생활 특수성은 ‘예언자적 현존과 증거’
교종에 따르면 교회 안에서 축성생활자들이 지니는 특수성 혹은 고유성은 바로 예언자적 현존과 증거다. 그에 따르면 예언은 수도자의 정체성과 사명의 더 근본적인 범주인 ‘증거’에 속한다. 이 예언자적 증거는 교종에게 있어 곧 ‘진정성과 일관성’을 전제한다.
“자기 밖으로 나가라”는 교종의 초대는 단지 복음화를 위한 하나의 사목적 방법론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존재방식에 요구되는 그리스도 중심성을 가리킨다. 그리스도 중심성은 축성생활자 안에서 존재의 두 축으로, 곧 수직관계에서의 ‘경배’와 수평관계에서의 ‘섬김’으로 이어진다. 이는 ‘나감’이 두 방향을 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교회 개혁의 기치로 내건 그가 축성생활자들에게 강하고 길게 말하는 가난의 특징을 두 가지만 살펴본다.
첫째는 실제적 가난과의 접촉에 대한 강조로, 가난한 사람들과의 실제적 연대는 특별히 ‘그리스도의 살(몸)’ ‘그리스도의 상처’라는 생생한 표상으로 제시된다. 두 번째 특징은 수도자의 가난이 다른 사람들에게, 교회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것이다. 수도자 자신에게 가져오는 결과나 수덕적 차원보다 복음화에 가져오는 결과를 주목하는 것이다.
2014년 한국 수도자들과의 만남에서 한 연설의 특징은 세 가지 복음권고에 앞서 공동체의 삶을 우선적으로 가장 길게 강조한다는 것이다. 교종이 먼저 주목하는 것은 공동체적 친교가 가진 표징과 증거로서의 효력이다.
공동체라는 주제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는 긴장과 갈등이다. 바로 공동체 안의 갈등과 긴장의 요소들이 한편으로는 공동체를 ‘자비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수련의 현장이 되게 한다. 수도자에게 우선적 과제인 “하느님 자비에 대한 ‘전문가’가 되기”는 바로 공동체 안의 삶을 통해서라는 것이다.
평신도 신학자가 바라본 수도생활의 현실 - 김근수(가톨릭프레스 편집인)
수도자 영성, 예수 영성에 바탕 두고 연결돼야
각 수도회마다 영성의 종류와 카리스마는 다르지만, 결국 수도자 영성은 예수 영성에 기초하고 예수 영성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수 영성의 기초는 ▲예수와 하느님의 관계 ▲예수와 현실의 관계 ▲예수와 가난한 사람들의 관계 등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예수와 하느님의 관계에는 자비와 정의라는 두 가지 체험이 있다. 자비와 정의는 몸과 마음처럼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다. 예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한없이 자비로웠고 부자와 권력자에게 한없이 정의로웠다. 우리도, 교회도 그렇게 처신해야 마땅하다. 예수의 자비는 강조하면서 정의는 외면하는 교회 내 경향은 잘못된 것이다. 자비와 정의가 하나이듯, 하느님과 예수는 하나이다.
예수는 세상에 등장하기 전 수십 년을 현실을 아는데 집중했다. 악한 사람의 첫 번째 특징은 현실을 정직하게 보지 않으려는 태도다. 현실을 정직하게 대한 예수는 갈릴래아에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고, 예루살렘에서 십자가를 맞이했다. 예수는 현실을 잘 알았고 그 후 가난한 사람들을 복음 선포의 동지요 대상자로 삼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전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화되는 과정을 예수는 거쳤다. 가난한 사람들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하느님이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계시기 때문에, 예수도 가난한 사람들을 선택한 것 같다. 가난한 사람들과 하느님은 공동운명이다. 그러기에 가난한 사람들과 그리스도교는 공동운명이다.
미래지향적 수도생활의 대안적 측면 - 조현철 신부(예수회)
‘정의·평화·창조보전’의 철저한 수도생활을
인원과 세상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되는 현실에서, 수도생활의 철저함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 그렇지 않다면, 수도생활과 수도자들의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의, 평화, 창조보전(Justice, Peace and the Integrity of Creation, 이하 JPIC)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쇄신되어야 한다.
사도직의 재검토에서, JPIC는 사도직의 적절성과 필요성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인력의 지속적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같은 태도는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삶이 파괴된 사람들을 찾아가는 현존의 사도직은 JPIC의 회복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이는 또한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영향의 수도회 유입을 막는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책이 된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른바 ‘맞춤형’ 또는 ‘전문형’ 현존의 사도직을 고려할 수도 있다.
밖으로 나가는 현존의 사도직으로 인해 수도자가 영성적 삶을 살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밖을 향한 관심은 삶을 메마르게 하거나 영성을 소진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상호 보완적 관계를 이룬다. 우리를 밖으로 향하게 하는 현존의 사도직은 언제나 수도생활 쇄신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물질주의와 소비주의가 수도생활에도 상당히 스며들어 있는 상황에서, 수도공동체를 생태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수도생활 쇄신의 중요한 부분이다.
생태공동체의 성격은 소박과 단순과 절제로 표현할 수 있다. 수도자들은 생태공동체를 이루고 유지하는 노력을 통해 복음적 가치에 반하는 신자유주의의 가치가 수도생활에 유입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나아가, 물질적 풍요와 편리의 추구에 몰두하는 세상에 보다 복음적 가치를 따르는 삶이 가능하며, 그 사람이 행복한 삶임을 세상에 보여주는 예언자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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