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의 친구들이 내년 어린이날에는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6월 21일 미사를 드리러 성당을 향하는 수원교구 기산본당(주임 한만삼 신부) 어린이들의 손에 하얀 주머니가 들려있다. 주머니에는 로봇 장난감, 필기구, 동화책, 옷과 신발 등이 담겨있었다. 남수단 어린이들에게 보내려고 준비해온 선물들이다.
어린이들이 선물을 담아온 주머니는 사실 지난 5월 자신들이 선물을 받았던 주머니다. 남수단을 위한 선물을 담는 주머니는 어린이들에게 단순히 선물만 하기보다 나눔의 마음을 주고자 본당 주임 한만삼 신부와 주일학교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 생각한 것이다.
한 신부는 선물을 받은 어린이들에게 “남수단의 어린이들은 어린이날도 없고, 선물도 받지 못한 채 가난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면서 “자신이 가진 물건 중에서 남수단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을 나누자”고 말했다.
선물을 나눠준 다음 주부터 어린이들이 하나둘 선물 주머니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남수단을 위한 선물은 자율이었지만 어린이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선물로 가득 차 무거운 주머니를 낑낑대며 들고 오기도 하고, 서로 자신들이 가져온 선물을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다. 이미 선물을 가져온 아이가 또 선물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렇게 한 달 동안 모인 것이 40여 개다. 본당 주일학교 등록인원의 절반이 넘는 수다.
남수단에 보낼 선물을 준비한 유서진(레지나·12)양은 “저랑 똑같은 어린이가 남수단에서는 어린이날 선물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남수단 어린이들이 우리 본당에서 보내는 선물을 받고 기뻐하고 힘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본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감 임윤정(요셉피나)씨는 “처음엔 아이들이 과연 가져올까 생각했는데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저희 선물은 참 작은 것이지만 이런 작은 정성이 모이면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당은 이달까지 선물을 모아 편지와 함께 교구 해외선교부로 전달, 남수단 룸벡교구 아강그리알본당으로 보내는 컨테이너에 실을 계획이다.
한만삼 신부는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고 남이 아니라 모두가 내 형제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면서 “남수단 아이들도 우리 아이들의 선물을 보고 예수님 안에 끈으로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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