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석탄을 줄이고 원전, 신재생 등 친환경전원 비중 늘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발전소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2019년까지 발전소 건설 계획에서 25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4기를 취소하고, 신규 핵발전소는 2기를 더해 17기로 증설하는 계획안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최근 3년간 전력수요는 정체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정부는 전력수요를 과다산정해서 핵발전소 등을 더 건설하겠다고 한다. 인구 감소와 절전제품이 보급되는 상황들을 놓고 볼 때 무분별한 전력소비를 부추기며 토건자본의 영구적인 이익을 위해, 전력수급이 아니라 발전소건설이라는 토목사업만을 위해 전체 국민을 희생시키는 계획이다. 대도시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지방 주민들을 희생시키는 현재의 고전압 송전선로를 이용한 장거리·핵발전 중심의 전력시스템은 그 자체로 개선되어야 될 악한 구조다.
지구생태계에서는 수많은 생명들의 출몰이 반복되어 왔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기후변화도 그런 과정 중의 하나로 평가될 것이다. 회칙에서 확인하듯이 현재의 기후변화는 불과 150여 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해 지구생태계를 착취하고, 소비를 ‘선’(善)인양 부추기며 파멸을 향해 내달려온 결과다.
회칙에서 권유하는 ‘생태적 회개’가 필요하다. 동시에 전지구 차원의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이들의 지혜가 개방되고 공정한 형식으로 모아질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는 2010년 춘계 주교회의에서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예견하며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2013년 추계 주교회의 때는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을 발표해 핵발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가능한 친환경적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감사를 바탕으로 회칙이 지적하는 기후변화의 위기와 환경파괴에 대한 대응이 이미 한국사회 안에서는 가톨릭교회와 선한 이웃들을 통해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교회 내부에서는 성속 분리를 이야기하며 창조세계에 대한 무관심이 여전하다. 복음은 인간을 구원의 길로 초대하는 소식이다. 생태계와 인간 삶에 치명적인 위험을 알리고 그에 올바로 대처하게 함도 복음의 길 중 하나다. 더군다나 이런 위기가 거대자본가들과 그에 결탁한 부패한 정치인들, 그리고 무관심한 절대다수의 대중에 의한 것이라면 한국교회는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 발표에 즈음해서 진지하고도 단호한 어조로 ‘생태적 회개’를 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