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월성성당 마당의 베드로상 주님이 주신 ‘하늘나라 열쇠’를 왼손에 쥐고 오른손을 들어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다.
▲ 분당성바오로성당 입구의 바오로상 오른손에 든 칼은 순교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왼손에 든 성경과 어우러져 하느님 말씀의 능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6월 29일은 전례력으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이다. 두 사도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성미술이 그리는 두 사도의 모습을 만나보자.
열쇠를 든 베드로
성미술에 표현된 사도들 중에서 가장 찾기 쉬운 사도는 아마 베드로일 것이다. 베드로는 사도들 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자리에 표현돼 있을 뿐 아니라 ‘열쇠’를 들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베드로가 실제로 늘 열쇠를 들고 다녔기 때문이 아니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준 ‘하늘나라의 열쇠’를 상징하는 것이다.
베드로가 열쇠를 받은 것은 베드로가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고백했을 때였다. 예수는 베드로에게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9)라고 말한다.
열쇠는 구약시대부터 믿을 수 있는 하인, 책임감을 상징해왔다. 베드로는 하늘나라의 열쇠를 받음으로써 주님의 지상 대리인의 역할과 책임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사도 중의 으뜸이자 첫 번째 교황이 됐다.
베드로는 늘 흰머리에 흰 수염으로 그려진다. 그가 12사도 중에서 가장 연장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베드로의 의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파란 튜닉과 노란 망토는 겸허하게 복종함을 나타낸다.
작품에 따라 손을 들어 보이는 자세를 취하기도 하는데 이는 설교자였던 베드로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한 첫 번째 사도이자, 기적을 행한 첫 사도이며, 설교로 많은 사람들을 개종시킨 사도였다.
칼을 든 바오로
바오로를 표현하는 성미술에 대부분 등장하는 것이 바로 칼이다.
그리스도가 죽은 십자가를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여기는 교회는 전통적으로 순교자가 순교할 때 사용된 무기를 그 순교자의 상징으로 여겼다. 마찬가지로 바오로가 들고 있는 큰 칼 역시 바오로가 어떻게 순교했는지를 보여준다.
바오로는 기둥에 묶인 채 칼로 참수를 당했다. 베드로와 달리 칼로 참수한 것은 바오로가 로마의 시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의 머리가 땅에 3번 튀었다고 하는데 그 자리마다 물이 솟아 샘이 됐다고 한다. 바오로가 순교했다고 하는 ‘세 개의 분수(Tre Fontane)’는 지금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칼은 순교의 상징임과 동시에 하느님 말씀의 능력과 생명력을 나타낸다. 바오로는 여러 나라를 찾아다니며 열정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했다. 에페소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성령의 칼은 하느님의 말씀”(에페소 6.17)이라고 적혀있듯 그가 전한 말씀이 바로 그의 칼이었다.
성화나 성상에서 바오로는 칼과 함께 종종 책이나 두루마리를 들고 있다. 바로 ‘성경’이다. 성경은 바오로가 들고 있는 칼의 의미를 더욱 뚜렷하게 나타내 준다. 또 우리가 성경으로 읽고 있는 바오로의 편지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베드로가 흰 머리의 흰 수염을 한 모습이라면 바오로의 모습은 대부분 귀족적인 용모에 머리숱이 적고 검은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런 묘사는 1세기 경부터 큰 변화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또 대체로 붉은 망토를 입고 있는데, 붉은 망토는 신앙과 그 신앙을 전하기 위한 열정을 나타낸다.
베드로와 바오로는 성경에서 드러나는 성격과 성향의 차이도 분명할 뿐 아니라 성미술에서도 서로 대조적으로 표현된다. 서로 다른 날에 순교했지만, 교회는 이 두 사도를 같은 날에 기념한다. 이들의 행적과 마음이 둘이 아닌 하나였기 때문이다. 베드로와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교회를 건설하겠다는 한 마음으로 평생을 살았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목숨까지 봉헌한 ‘교회의 두 기둥’이었다.
■ 교황주일이란…
‘으뜸 사도’ 위해 기도 봉헌하는 날
교황주일은 교황과 그의 사목활동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다.
한국교회는 1930년 경부터 ‘성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 대축일’인 6월 29일 다음에 오는 주일을 ‘교황주일’로 지내오다, 7월 5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과 겹치는 경우가 있어 ‘성 베드로 바오로 사도 대축일’ 가까운 주일을 ‘교황주일’로 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교황은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로마교구의 교구장 주교를 맡으며 세계 주교단의 수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교황은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사목자다. ‘교황(Papa·아버지)’이라는 용어는 본래 주교, 대수도원장 등 지역교회 최고 장상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8세기 이후부터 로마의 주교에게만 사용하기 시작했다.
교황은 다른 주교와 마찬가지로 교회의 진리를 가르치는 교도권과 사제를 서품하는 신품권, 교회를 다스리는 통치권을 가지고 있다.
교황이 집전하는 성사는 다른 주교나 신부의 성사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다른 주교들이 갖는 통상 교도권과 달리, 교황의 직위로서 가르치는 장엄 교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으뜸 사도’의 권한인 수위권을 가지고 있어 모든 성직자의 통치권을 포괄한다.
교회는 교황주일에 신자들이 ▲교황이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대리 직분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교황의 뜻이 그리스도의 뜻 안에서 합당하게 이뤄지도록 ▲교황이 영육 간에 건강하도록 기도하고 희생을 봉헌할 것을 권고한다.
교황주일 미사 때는 교황과 교황직무에 대한 강론을 하고 교황을 위한 특별헌금을 실시한다. 교회가 보편교회로서 사도좌의 교황과 연결돼 있음을 표현하고 실천하자는 의미다. 이 헌금은 교황청으로 보내져 박해, 재난으로 고통 받는 교회와 가난한 이웃을 위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