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대리구 비산동본당(주임 현정수 신부)이 관할 지역 내 이주민들의 결혼을 지원함으로써 본당 쇄신과 지역사회 발전을 꾀하고 있다.
매년 본당 쇄신 프로그램 비산동유스데이(Bisandong Youth Day, 이하 BYD)를 실시해 온 본당은 BYD가 본당만의 행사가 아닌 지역 사회는 물론 아시아교회를 향해 열린 축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가정 부부들을 초대해 혼인잔치를 마련하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올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내 다문화가정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파악하고, 한글 교육을 비롯해 각종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아울러 다문화가정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 중 냉담자들이 다수 있음을 확인했다. 본당은 이를 공동체에 알리고 쇄신의 기회로 삼고자 했다.
지난해 11월 제1회 BYD를 치르고 가진 평가회에서 본당 공동체는 단순히 혼인예식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혼인성사를 통해 성가정을 이루도록 돕자고 의견을 모았다. 올해 초 안양엠마우스를 통해 대상자들을 선정하고 예비자교리뿐 아니라 혼인성사를 위한 가정교리 등을 실시했다.
이를 수료한 7쌍 부부는 6월 6일 비산동성당에서 혼인성사의 축복을 누렸다. 이들 부부는 내년에는 봉사자로 활동하며 다른 다문화가정들의 혼인성사를 돕게 된다.
비산동본당은 ‘비산동본당 작은 결혼식’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지역 내 이주민들의 혼인성사를 지원하는 한편 본당 전체의 축제로 자리 잡게 만들 계획이다. 또한 이들이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것을 돕고 성가정을 이뤄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고자 한글교실, 다문화가정 아이 공부방과 같은 각종 교육을 준비할 계획이다.
차덕선(사도요한) 총회장은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단 한 두 명이라도 열정과 헌신을 다한다면 부족한 것은 주님께서 채워주신다는 것을 느꼈다”며 “단순한 행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성가정을 향한 이정표를 만드는 작업이라 생각해 쭉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인터뷰 / ‘작은 결혼식’ 담당 사회복지분과장 서수정씨
“가정 성화 돕는 일, 보람도 두 배”
“교회가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은 참 당연하면서도 멋진 일이라 생각해요. 또 요즘 결혼식 문화가 굉장히 호화스럽게 진행되고 있잖아요. 그 문화를 바꿔보겠다고 나서는 것도 의미가 있죠.”
비산동본당 사회복지분과장 서수정(바올라·48)씨는 작은 결혼식 프로그램 덕분에 웨딩플래너가 다 됐다. 결혼반지를 제외한 모든 것, 신부 머리, 화장, 실내장식 같은 일반 웨딩플래너들이 신경써야 할 것은 물론이고 혼인교육 일정과 신혼여행까지 서씨가 담당한다.
“시간 없다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요. 총회장님도 총무님도 시간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거라며 걱정 말라고 하시더군요. 정말 빠질 수 없는 날에는 신기하게도 시간이 나는 것을 보고는 저도 믿게 됐죠.”
봉사자와 업체 관리도 그의 몫이었다. 지난해 후원한 업체에게 또 다시 부탁하는 것이 어렵겠다고 판단한 서씨는 새로운 업체를 알아보고, 봉사자 관리까지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다.
“가장 힘든 것은 의사소통이었어요. 분명히 제대로 이해했으리라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죠. 특히 시간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았어요.”
본당의 지원을 받아 6월 6일 혼인성사에 참례한 7쌍의 부부는 내년에 봉사자로 참여하게 된다.
서씨는 이들이 본당과 대상자들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혼인성사 2주 전에 한 부부가 이혼을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적이 있었어요. 같이 준비하던 봉사자들과 9일기도도 하고, 꾸준히 대화를 시도한 덕분에 잘 해결됐어요.”
이혼을 선언했던 부부가 마음을 돌리게 된 데에는 다른 6쌍 부부의 역할이 컸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해주는 조언들이 정말 도움이 됐다고 한다. 7쌍 부부는 혼인성사 이후 자발적으로 감사 예물을 봉헌하기도 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중에 ‘다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선입견을 갖게 해 싫다는 말을 듣게 됐어요. 다문화나 이주민이라는 생각보다는 혼인이라는 다 함께 축하해야할 성스러운 예식에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하죠. 누구누구를 위한다기보다는 함께 한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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