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느 본당 전 신자 특강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곳 본당 주임 신부님께서 내게 직접 전화해서 특강 전에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말씀하셨기에 특강 날, 조금 일찍 그 성당에 갔습니다. 성당에 도착하자 마당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임 신부님과 저녁 식사하면서 알게 된 일이지만 그 어린이들은 며칠 후에 그 본당에서 첫 영성체를 할 친구들이었습니다.
주임 신부님은 마당에 마중 나와 계셨고,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사제관으로 올라가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식사 준비가 다 되어, 나와 신부님은 사제관 식탁에 앉아 피정 강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뭐든 다 좋습니다!’ 하시며 고마워했습니다. 그날 그 신부님과 대화를 나누며 들었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런 주임 신부님을 만난 본당 신자분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게 식사를 하는데 사제관 집무실에 전화벨 소리가 울렸습니다. 신부님은 숟가락을 놓고, 사제관 집무실 쪽으로 가셨습니다. 방음이 잘 안 돼서 그런지 주임 신부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세요? 응, 너로구나. 그래, 무슨 일이니? 아, 그래, 그래! 그래, 신부님이 전달해 줄게. 그런데 직접 전화하지 그랬어? 우리 ○○이가 다 컸네, 배려할 줄도 알고. 그래, 내가 전해 줄게. 안녕, 잘 들어가!”
잠시 후, 주임 신부님은 식탁에 돌아오셔서 말씀하시기를,
“다음 주에 첫 영성체하는 아이가 오늘 아파서 교리 시간에 못 갔다고 전화를 했네요!”
나는 주임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전후 맥락을 몰라서 그런지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신부님께 물었습니다.
“신부님, 첫 영성체 할 어린이가 주임 신부님 사제관에 전화를 했던 거예요?”
“글쎄, 나에게 전화를 했네. 오늘 아파서 교리 못 나왔다고 보좌 신부님에게 알려 달래요.”
“혹시 보좌 신부님 방에도 전화가 있지 않나요?”
“있지요, 하하. 그래서 내가 물었어요, 보좌 신부님께 직접 전화하지 그랬냐고. 그러자 그 아이가 대뜸 하는 말이, 우리 보좌 신부님이 바쁜 것 같아서 나에게 전화를 했대요. 그래서 보좌 신부 바쁜 거 배려할 줄도 알고 다 컸다고 칭찬해 줬지요. 우리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솔직하게 하는 모습도 좋고. 좋아요, 하하!”
주임 신부님 말씀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정리되었습니다. 성당 마당에서 본 아이들이 ‘첫 영성체 교리반’을 준비하는 아이들이며, 그중에 한 명이 오늘 아파서 교리반에 못 왔고, 그 아이가 주임 신부님 집무실로 전화를 해서 자신이 결석한 이유를 보좌 신부님에게 대신 좀 전해 달라고! 보좌 신부님에게 직접 전화하지 못한 이유는 보좌 신부님이 바쁘니까! 이 전화를 주임 신부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다 받아 준 사실!
무슨 꿈같은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피정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주임 신부님이 보여 준 감동이 아직 남아서 혼자 속으로, ‘그게 가능한 일인가!’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아무튼 그날은 본당 신자 피정 지도 갔다가 오히려 그곳 주임 신부님이 ‘나 한 사람’을 위해 피정 지도를 해 준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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