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에 있는 군종교구 국군중앙본당(주임 황재호 신부). 주일이면 오전 9시30분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성당을 찾는 국방부 인근 부대 병사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해진다. 간부들과 그 가족들도 간혹 눈에 띈다. 하지만 미사가 시작되기 전 누구보다 일찍 성당을 찾는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국방부 군악대원들.
6월 28일 찾은 국군중앙성당. 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김정헌(유스티노) 병장을 비롯해 조한결(마태오·해금) 일병, 노준(예비신자·성악) 병장 등 군악대원들은 오전 9시가 되기도 한참 전에 이미 성당에서 음을 고르고 있었다.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성창훈 상병은 군악대 소속도 아닌데다 비신자지만 군악대원들의 미사 반주 봉사에 공감해 매 주일 미사 반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 미사곡을 연습하며 리허설을 하는 대원들의 모습은 예사롭지 않다. 피아노, 바이올린, 해금, 클라리넷으로 구성되는 4중주도 좀처럼 보기 힘든데다, 연습 도중 악보에 자필로 기록을 남기는 손놀림은 ‘프로’의 세계를 엿보게 한다. 실제 미사 반주를 맡는 군악대원들은 입대 전부터 음악 전공자들이다. 특히나 국방부 군악대는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면 들어가기 어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전통악기 중에서도 연주자가 많지 않은 해금을 맡고 있는 조한결 일병은 초등학생 때 이미 ‘어린이 국악명인전’에 출연했고, 최고 권위의 국악경연장인 전주대사습놀이에도 참가한 경력이 있다.
미사 시작 전까지 개인연습과 더불어 잠깐 호흡을 맞춘 대원들은 미사가 시작되자 서로 눈짓, 몸짓만으로도 척척 반주를 맞춰나갔다. 이날은 황재호 신부가 전역을 앞두고 마지막 미사를 주례하는 날이었다. 군악대원들은 황 신부를 떠나보내는 서운함을 달래려는 듯 영성체 후 묵상곡으로 ‘소원’을 선곡해 피아노와 바이올린 선율로 연주했다.
연주가 끝나자 아름다운 선율에 잠시 도취됐던 신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병사들을 대표해 황 신부에게 꽃다발을 선물한 것도 김 병장이었다. 김 병장은 “그동안 열심히 반주봉사를 해서인지 제가 병사 대표로 뽑혔다”고 말했다.
황 신부는 군악대원들의 미사 반주 봉사에 대해 “대원들이 자발적으로 주일과 수요일 미사에서 연주하고 있다”며 “연중시기와 대축일 등 전례시기 별로 묵상곡을 들려주면서 신자들에게 풍성한 전례를 선물하는 병사들”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국방부 군악대 천주교 신자 대원들이 본당 미사 반주를 맡은 것은 2010년부터다. 처음에는 교향악 위주 편성에서 2013년부터는 금관악기가 주를 이뤘고,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초까지는 현악앙상블로 연주 패턴이 변화돼 왔다. 최근에는 해금이 가세했고, 아쟁 연주자도 참가할 계획이어서 앞으로는 전통악대 대원들의 활동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국군중앙본당 김영희 수녀는 “반주 봉사를 통해 신앙을 키워가는 대원들은 요즘 청년들 같지 않게, 자신들이 찬미의 도구가 된다는 사실에 기뻐한다”고 전했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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