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빛’이라 불리는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이 서울 장안동성당(주임 정웅모 신부)에 그대로 재현됐다. 특별한 것은 제작 과정 또한 중세시기 유럽교회의 모습을 닮았다는 점이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작은 돈을 보태 장미창 제작비용을 충당하고, 스테인드글라스 전문공방이 재능기부를 통해 장미창을 만들었다. 한 작가가 아닌, 여러 작가들의 공동 작업으로 이뤄진 이번 작품은 중세 유리 길드 장인들의 모습처럼 이름 하나 드러나지 않는 작업이었지만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이었다.
장미창이 성전 입구에 설치되기 전까지 그곳에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흉내 낸 비닐들이 붙어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닐들은 찢어지거나 색이 바랬다.
주임 정웅모 신부는 장미창 제작에 모두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지난해 성전 입구에 저금통을 설치했다. 1년 간 쌓인 동전과 기부금은 2000만원. 공사 진행과정은 본당 게시판에 사진으로 붙여 전 신자와 공유했다.
본당을 도와 스테인드글라스 공방 ‘루크 153회’(회장 박정석)는 재능을 기부했다. 중세 고딕성당의 꽃이라 불리는 샤르트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주제로 그동안 축적해온 작업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완성된 장미창은 직경 2200cm 원 형태로 가운데는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다. 둘레에는 마리아의 순결을 상징하는 12송이 흰 백합이 피어나 있고, 바깥 원에는 이스라엘의 12지파 혹은 예수의 12제자를 상징하는 창들이 있다.
상단 4개의 창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흰 비둘기가, 나머지 8개 창에는 성 모자를 찬양하는 천사들이 장식돼 있다. 스테인드글라스의 붉은색과 푸른색은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데, 푸른 하늘을 품은 마리아의 뜨거운 열정을 나타낸다.
스테인드글라스 뒤로는 LED 전구를 달아 밤에도 빛나도록 했다. 신자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그 아름다움에 반해 성당을 찾아와 사진을 찍을 정도다.
본당 신자 김정숙(카타리나)씨는 “장미창과 같은 보물이 우리 성당에 마련돼 너무 기쁘다”며 “아름다운 장미창을 보면서 성전에 들어서면 마음이 기쁘고 평안해진다”고 말했다.
루크 153회는 이번 장미창 설치를 기념해 7월 1~7일 장안동성당에서 ‘중세의 빛 샤르트르 대성당의 장미창’을 주제로 제5회 루크 153전시를 연다. 장미창과 함께 작품 제작과정, 샤르트르 대성당의 성모 마리아를 주제로 한 모사작품도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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