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골목, 100년 역사를 만나다
대구 중구 계산주교좌성당을 중심으로 근대 골목길이 이어진다. ‘한국관광 100선’에 뽑힌 이 길에는 3·1만세 운동길, 이상화 고택, 약령시 등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다. 지자체에서 만든 투어코스만 5곳. 어디를 가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대구의 무더위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계산성당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우선 성당 앞 횡단보도를 건너 200m 걸어가면 ‘3·1만세 운동길’이 보인다. 계단을 올라가면 계산성당과 중구 전경이 펼쳐진다. 청라언덕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제일교회와 의료선교 박물관이 있다.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대구에서 제일 큰 전통시장 ‘서문시장’이다. 시원한 콩국수, 뜨끈한 칼국수, 호떡, 떡볶이… 곳곳에 먹을거리다.
▲ 3·1만세 운동길에서 바라본 계산성당. 성당을 중심으로 근대골목 여행을 떠날 수 있다.
▲ 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금강산도 식후경. 허기를 달랬다면, 다시 계산성당으로 돌아가 걸어보자. 이번엔 한방특구인 ‘약령시’다. 계산성당 옆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저항시를 쓴 이상화 시인 고택과 국채보상운동을 주창한 서상돈 고택을 돌아 약령시를 둘러볼 수 있다. 한약재를 파는 약업사들이 줄이어 있는 곳, 약전골목이다. 모처럼 걸어 다리가 아프다면 한의약박물관(월요일 휴관) 마당 나무그늘 아래 족욕탕에서 잠시 쉬어가자.
▲ 이상화 시인 고택.
여기서 또 다른 길이 이어지는데, 바로 진골목이다. ‘긴 골목’이란 뜻이다. 모퉁이마다 근대의 흔적이 남아있다. 시내 번화가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마치 시골 읍내 골목을 걷는 듯하다. 10분가량 걸어가면 대구 중심 동성로가 나온다.
▲ 긴 골목이란 뜻의 ‘진골목’.
도심에서 영성을 만나다
골목문화가 발달한 대구, 번화가인 동성로도 골목 골목이 이어진다. 패션거리로 유명한 ‘야시골목’엔 옷집들이 즐비하고, 이 골목 앞에 삼덕젊은이성당이 자리한다. 젊은이들의 거리 동성로, 여름보다 더 뜨겁다. 패션과 유행이 여기서 시작되고, 커피공화국이란 말답게 어디를 가도 카페 천국이다.
보다 색다른 카페를 들리고 싶다면, ‘카페 베네인’을 추천한다. 삼덕젊은이성당 후문에서 신피부과로 이어지는 골목, 툿찡 포교 성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공평동 분원 1층에 있다. 허 마리 요한 분원장 수녀가 직접 커피를 내린다. 2층 경당에서는 성체조배는 물론 수녀원 기도 시간에 함께 할 수도 있다. 영적 쉼표를 찍었다면, 마지막으로 이곳을 가보자.
▲ 카페 베네인 2층 경당에서 기도하며 영적 쉼표를.
영원한 청춘을 노래하다
중구 대봉동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해질녘에 걸어보면 더 좋다. 삼덕젊은이성당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계산성당에서는 달구벌대로를 따라 수성교 방향으로 30∼40분 걸어야 한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벽화 길을 따라 김광석의 노래가 아련히 흐른다. 통기타를 치는 김광석, 포장마차에서 국수 말아주는 김광석을 만나는 짧지만, 감성 여행이다. 바로 옆 방천시장에는 예술가들 공방이 모여 있어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있다. 도심 속 여행. 스치듯 지나간 길에서 의미를 찾고, 발길 닿는 곳곳 새로운 추억이 쌓인다. 나를 위한 시간, 쉼과 여유, 그 하나로 좋다.
▲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