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기도서를 선물 받으면 어떤 기분일까? 신자라면 신앙생활을 하면서 여러 종류의 기도서를 접하게 되지만 한꺼번에 대량 인쇄된 것이 아닌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든 기도서를 갖게 된다면 기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울 동작구청 공무원으로 일하는 배병관(안드레아·53·서울 신월동본당)씨는 수작업으로 ‘코팅 기도서’를 만들어 신앙이 필요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한 권 한 권 모두가 단 하나뿐인 기도서다. 기도문 한 장 한 장을 일일이 손으로 만들다보니 크기나 모양에서 어떤 것도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배씨가 만든 코팅 기도서는 첫 장부터 기도하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담아 눈길을 붙잡는다. 다시 기도서를 넘겨 가면 103위 한국 성인 호칭 기도, 묵주기도로 드리는 9일기도, 십자가의 길 등 가톨릭교회의 주요 기도문이 80쪽에 걸쳐 실려 있다. 기도서 중간중간에는 기도문의 의미를 새겨볼 수 있는 성화도 실었다.
그가 코팅 기도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매일 기도를 바치다 보니 1년 정도 사용하면 기도서 종이가 너덜너덜해지는 게 보통입니다. 어떻게 하면 기도문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매일 바치는 기도문을 모아 코팅 기도서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기도서는 직장이나 성지순례 길에 만나게 되는 신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아직 신앙을 갖지 못하고 있는 친인척과 지인들에게도 전해져 신앙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도서를 통해 열심한 교우는 더욱 열심하게 되고, 냉담하던 교우가 다시 열심하게 될 때 보람을 느낍니다.”
모든 기도문을 일일이 워드 작업해 가위로 오리고 한 장 한 장씩 코팅한 후 구멍을 뚫어 제본을 하려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린다.
“지금까지 100여 분께 나눠드린 것 같습니다.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더 많은 분께 드리지는 못했지만 기도서를 받은 분들을 다시 만나면 한결같이 기도서를 소중히 간직한다는 얘기를 하곤 합니다.”
배씨는 코팅 기도서와 함께 ‘기도노트’도 사비를 들여 만들어 주위 신자들의 기도생활을 돕고 있다. 기도노트는 매일 바친 묵주기도, 주모경, 화살기도 등을 일자별로 집계해 기록하는 것으로 한 권의 기도노트로 1년 이상 기도생활을 자가진단할 수 있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끊임없는 기도와 선교활동을 하다보면 어려운 점도 없지 않다.
“동작구청에서는 가톨릭, 불교, 개신교 신자들이 상대 종교를 존중하며 매월 기도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가끔 종교를 믿지 않는 직원에게 눈총을 받아 구설에 오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분들을 위해 정성껏 기도하다 보면 오해가 풀리는 경우를 봅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배씨의 활동에 마음을 열게 된 불교신자가 가톨릭으로 개종해 영세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기도야말로 하느님을 알게 하고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며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도록 이끄는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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