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람들은 흔히 세 개의 수도를 가졌다고 말한다. 마드리드는 정치와 행정의 수도, 바르셀로나는 경제의 수도로 꼽는다. 그리고 톨레도(Toledo)는 신앙적 차원에서 명실 공히 수도로 인정한다. 한 예로 스페인교회를 대표하는 주교좌는 마드리드대교구 알무데하 대성당에 있는 주교좌이지만, 모든 교구를 대표하는 수석 주교좌는 바로 톨레도 대성당에 있다. 톨레도 대성당은 여전히 스페인 가톨릭교회의 총 본산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마드리드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톨레도는 그리스도교 뿐 아니라 유다교와 이슬람교가 조화를 이루며 공생했던 독특한 지역이다. 덕분에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건축양식과 문화적 색채도 간직하고 있다.
11세기부터 16세기까지 500여 년간 톨레도는 스페인의 수도로서 번영을 누렸다. 로마제국 이후 서고트 왕국 수도로 발전하다 711년 이슬람교인들에게 점령돼 374년간 이슬람의 땅으로 자리한 역사도 안고 있다. 고대 로마부터 이슬람 정복시대, 가톨릭 군주시대 등을 거치면서, 역사 뿐 아니라 종교, 예술에 있어서도 찬연한 빛을 냈다. 덕분에 이 유적도시는 198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산토 토메 성당 소장) 등을 그린 화가 엘 그레코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친 곳이기도 하다.
특히 톨레도는 뛰어난 영적 저술가로서의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십자가의 성 요한’을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도시이다. 데레사 성녀는 톨레도 수녀원에 감금된 당시 작품 「영혼의 성」을 집필했고, ‘십자가의 성 요한’은 톨레도 감옥에서 암흑의 고통을 견딘 체험을 시로 써내려갔다. 훗날 영성사에 길이 남을 명작인 「가르멜의 산길」, 「어두운 밤」, 「영혼의 노래」 등의 모티브가 된 자료들이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데레사 성녀의 영적 동반자이자 뛰어난 영성가, 교회박사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는 개혁 가르멜 운동이 활성화되자 이를 두려워한 기존 가르멜 수사들에 의해 납치, 감금됐었다. 톨레도의 감옥은 더럽고 좁을 뿐 아니라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어두움과 갖가지 협박, 회유, 채찍질, 빈약한 식사로 인한 질병 등으로 요한 성인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대체 왜 내게 이런 고통이 주어지는 것일까’,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나를 버리신 것인가’ 등의 의문으로 가득 차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절망에 시달렸다. 그러나 암흑의 고통 속에서 점차 정화된 성인은 하느님의 현존과 사랑을 더욱 선명히 깨닫게 된다.
요한 성인을 감금했던 감옥은 현재 없어지고, 작은 표지판이 오가는 순례객들에게 역사의 한 궤적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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