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이 무성한 6월 17일, 수리산성지(전담 이헌수 신부)를 방문했다.
‘안양 8경’ 중 제5경인 수리산성지에 도착하기 전, 멀리서 보이는 산 계곡의 특별한 풍치 앞에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푸른 나무와 살랑살랑 실바람에 실려 오는 밤꽃 향기와 이름 모를 새들의 새소리,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셨구나’하는 예수 성심 성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깨닫게 되자, 저절로 두 손이 모아졌다.
수리산성지에는 입구에 ‘순례자 성지 성당’이, 성당 건너편에는 피정을 위한 ‘이성례 마리아의 3층 집’이 있었다. 길을 따라 50m를 더 올라가니 최경환(프란치스코) 성인이 미사를 드리던 공소를 재현한 고택성당과 그 맞은편 산기슭에 야외 미사터가 보였다. 이곳에서 150m를 올라가면 최경환 성인의 묘지가 있다.
순례지에 도착해 순교자의 신앙 정신을 본받기 위해 미사에 참례했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11시에 순례자 미사가 봉헌되는데, 이날은 전국 각지에서 온 100여 명 순례객으로 작은 성당이 가득 찼다.
성지 전담 이헌수 신부는 미사 강론을 통해 “수리산성지에서 순교하신 세 분을 소개하면서, 그분들의 순교정신을 본받자”고 강조했다.
충남 청양군 다락골 출신인 최경환 성인은 박해를 피해 산으로 둘러싸여 인적이 드문 곳이었던 ‘수리산’에 정착해 신앙을 전파했다고 전해온다.
가족으로는 복녀 이성례와 5명의 아들이 있었다. 공소 회장을 하면서 기도와 선행으로 예수님을 증거하며 교우들을 가르치고 담배농사를 지었다. 그래서 이곳을 ‘담배촌’이라 부르기도 한다.
기해박해 중인 1839년 체포된 최경환 성인은 같은 해 9월 12일 순교했다. 그의 나이 35세였다. 성인은 1925년 7월 5일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시복됐고, 1984년 5월 6일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을 기해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됐다.
이성례 복녀는 최경환 성인의 부인이며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어머니이다. 복녀는 아이들과 함께 옥에 갇혔다가 그대로 버티다가는 아이들 모두가 굶어 죽을 수 있다는 모성애에서 배교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 최양업이 신학생으로 선발돼 중국에서 유학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다시 옥에 갇혔으며, 당당히 자신의 신앙을 고백해 결국 1840년 1월 31일 40세 나이로 당고개에서 참수 당했다.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됐다.
마지막으로 순교자 이 에메렌시아(1800-1839)는 충남 예산 출신으로 비신자와 결혼해 가족의 불화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며 마침내 남편을 천주교 신자로 만들었다.
남편이 사망한 후 친인척 관계인 최경환·이성례 부부를 찾아 수리산으로 들어와 교우들과 어울려 신앙을 이어 갔다. 1839년(기해박해)에 최경환 부부와 함께 체포돼 신앙을 지키며 39세 나이로 1839년 옥사했고. 그의 시신은 명동성당 지하묘지에 안치됐다.
이 에메렌시아는 사료부족으로 시복 추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초기 한국 천주교의 역사와 순교자의 아픔을 간직한 수리산성지에는 전국 각지에서 연간 3만 여 명의 순례자가 방문한다.
미사시간 및 후원회 신청 등 성지에 관한 문의는 성지 사무실(031-449-2842)로 하면 된다.
수리산성지 관계자는 성지를 방문하는 단체순례자의 경우 성지에 전화로 사전 연락하면 미사 준비에 참고가 된다고 말했다.
성지차량은 매일 안양역에서 10시에 출발하고 미사 후 안양역까지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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