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바다(본명 최성희·비비안나·35)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열정적인 퍼포먼스로 언제 어디서든 화려한 ‘디바(Diva)’의 면모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좀 달랐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어쿠스틱(acoustic) 연주를 함께 선보였다. 어떤 꾸밈도 없이 생목소리로 성가의 울림을 낸 것이다. 조명에 반짝이는 의상도 흰 셔츠에 청바지로 대신했다. 이웃을 향한 진솔한 나눔과 하느님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담아낸 결과였다. 이번 무대에서는 그의 노래를 볼 수도 있었다. 목소리를 내지도 듣지도 못하는 농아인들에게 선물하고자, ‘바다의 소리’를 수화(手話)로 고스란히 전한 덕분이었다.
가수 바다는 7월 3일 서울 한강성당에서 ‘청각장애인 성당’ 건립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재능 나눔 음악회를 펼쳤다.
글자 그대로 팔방미인 저리가라였다. 공연 기획부터 선곡, 무대 연출, 뮤지션 섭외, 홍보…. 무엇보다 노래와 대화로 청중과 소통하는 주인공으로 섰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깊이깊이 고민했어요. 저 또한 하느님께 선물 받은 목소리로 ‘청각장애인 성당’을 짓는데 힘을 보탤 수 있어 감사할 뿐입니다.”
이번 공연은 아시아 최초로 청각·언어 장애를 딛고 사제가 된 박민서 신부(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를 만난 후 스스로 기획, 봉헌한 무대였다.
“저는 소리를 내고 들려주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제 소리를 들을 수도 함께 노래할 수도 없는 농아인들을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제 소리로 직접 기쁘게 해드리지는 못하겠지만, 소리를 매개로 그들과 다른 이웃들이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농아인들은 수화 통역이 없으면 미사강론을 알아듣지 못할 뿐 아니라 전례 참례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건청인들과 어울리기도 쉽잖다. 하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은 농아인들의 힘만으로 성당 완공은 요원한 일이다. 박 신부가 이들을 위해 전국 각 지역을 돌며 모금을 시작했지만, 건청인들의 무관심과 그릇된 인식은 또 다른 장애로 다가왔다. 박 신부는 바다에게도 어렵사리 특강을 요청했었다. 그런데 노래 한 두곡을 덧붙이는 특강이 아니라, 본격적인 음악회를 열겠다는 바다의 마음씀씀이에 큰 힘을 얻었다고.
“장애만 없었다면 저보다 더욱 맑고 예쁜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는 농아인들도 계시지 않겠어요? 그들의 목소리를 제가 대신 들려드리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바다는 음악회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준비했다. 특히 바다는 고등학생 시절, 가난한 형편에 심각한 후두용종을 얻어 목소리를 잃을 뻔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때 하느님께 다시 얻었던 목소리를 돌려드리는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고 토로했다. 6개월 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경험이 농아인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누군가 널 위하여 기도하네’ 등의 가사로 제 마음을 대신했습니다. 장애 등 어려움을 겪는 분들과 조금만 나누면 세상엔 더 좋은 일들이 퍼져 나갈겁니다. 그렇게 더불어 사는 마음으로, 성당도 하루 빨리 세워질 수 있겠죠?”
※청각장애인 성당 건립 기금 후원 문의 02-995-7394 (계좌 우리은행 813-018782-13-101 서울카톨릭농아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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