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어린 양 한 마리를 어깨에 메고 있는 그림이 있습니다. 보통 착한 목자를 나타내는 이미지입니다. 이 그림은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아오는 목자로 예수님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자와 양은 구약성경에서부터 많이 사용되었던 상징입니다. 구약에서 목자는 하느님의 백성을 이끄는 지도자로, 양 떼는 하느님의 백성을 나타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양 떼를 잘못 인도하는 백성의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합니다. “불행하여라. 내 목장의 양 떼를 파멸시키고 흩어 버린 목자들! 너희는 내 양 떼를 흩어 버리고 몰아냈으며 그들을 보살피지 않았다.” 하느님 대신 백성을 이끌어야 할 지도자들에 이 비판은 하느님의 원의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하느님은 양들을 다시 한데 모아 살던 땅으로 데려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마리의 양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유에서 보여지는 것은 모든 백성을,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이들을 구원으로 이끌겠다는 사실입니다.
구약성경이 말하는 목자와 양의 비유는 복음서에서도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예수님께서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목자 없는 양의 표상은 지도자 없는 백성을 나타냅니다. 의미적으로 그들은 길을 찾지 못하고, 안전을 담보해줄 이도 없습니다. 갈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입니다. 복음서는 예수님의 감정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지만,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는, 때론 자비를 나타내는 이 표현은 예외적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고 전합니다. 여기서 그들에게, 곧 목자 없는 양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르침’입니다. 그들이 올바른 길을 찾고 걸을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양들을 위한 목자와 같습니다. 우리가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구원을 향해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면, 무엇이 옳은 길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는 것이고 그것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 길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에페소서는 예수님의 사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통하여 유다인과 이방인을 하느님과 화해시키셨다고 말합니다. 마치 두 팔을 벌려 십자가 위에서 이들을 하나가 되게 하셨다는 것처럼 표현합니다. 서로 달랐던,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졌던 이방인과 유다인은 십자가 안에서 새로운 하나의 인간이 됩니다. 이제 하나의 인간이 된 이방인과 유다인은 하나의 성령 안에서 한 분이신 하느님을 향하게 되었다는 것이 에페소서의 생각입니다.
흩어진 이들을 모으고, 그들이 하나가 되게 한 것이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입니다. 그리스도교는 바로 이 예수께서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종교입니다. 이렇게 함께 모여 성령을 통해 살아가고 하느님께 향하도록 한 것이 예수님의 업적입니다.
오늘 말씀은 모두 ‘하나가 되는 것’을 지향합니다. 마치 한 인간의 몸처럼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바로 믿음의 공동체입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이루신 일입니다. 당신의 목숨을 내어놓으면서 우리에게 남겨준 가르침은 ‘하나’가 되라는 것입니다. 물론 믿음 안에서 하나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갈등과 어려움을 피하기보다 그것들을 마주하고 넘어설 수 있는 용기를 청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일 것입니다.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