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964년 8월 17일 한국교회의 발전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과 그 지식을 보급하며 교회사와 관련된 자료 수집과 정리를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설립자는 고 최석우(안드레아) 몬시뇰이다. 최 몬시뇰과 함께 연구소 설립을 위해 큰 역할을 하신 분은 지금도 연구소 고문으로 있는 이원순(에우세비오) 교수다.
연구소는 교회사와 관련된 중요, 희귀 유물들을 다수 소장한 고문서고를 갖추고 있어 박물관 기능도 수행한다. 다만 일반적인 박물관과 달리 연구와 보존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유물의 열람과 관람에는 제한이 따른다.
본 연구소의 시작은 설립자인 최 몬시뇰이 1964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교회사를 가르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 몬시뇰은 파리외방전교회 창설 3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계획하게 됐다. 이는 파리외방전교회가 한국교회를 건설하고 복음 전파에 노력한 것에 감사하는 취지로 이뤄진 일이었다. 그는 교회사 자료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이를 당시 한양대학교 사학과 교수였던 이원순 교수와 상의했다. 최 몬시뇰과 이 교수는 1950년대 소신학교에서 같이 교편을 잡은 것을 계기로 이미 친분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교수는 “전시회도 좋지만 이 기회에 교회사연구소를 창립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연구자들의 연구 지원, 국내외의 자료수집 및 보관, 연구회 개최와 학술지 발간, 외국의 교회사 연구기관과의 교류 등을 위해 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몬시뇰도 이전부터 연구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므로 이 교수의 제안에 적극 공감하고, 연구소의 설립을 추진한 것이다.
설립 당시 본 연구소는 가톨릭대학교 구내에 있는 옛 가르멜 수녀원 건물(현 혜화동 주교관)을 사용했다. 1967년 절두산 성지로 이전했고 이 후 합정동과 명동 가톨릭회관을 거쳐 현재의 저동 평화빌딩에 자리를 잡았다.
본 연구소는 설립 이래 한국 교회사의 연구, 관련 자료의 수집과 정리, 교회사의 대중화와 순교자 현양, 가톨릭 문화 발전을 위한 출판활동을 전개해 왔다. 연구 분야에서는 매년 개최하는 연구 발표회와 심포지엄이 주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성과들은 「교회사연구」라는 본 연구소 발행 연구 잡지를 통해 다양한 교회사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활동과 함께 교회사 자료 수집과 정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파리외방전교회, 로마 교황청,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 독일 베네딕도회 등으로부터 수집된 많은 문서들을 보관하고 있다. 특히 1만3000여 건에 이르는 ‘뮈텔문서’는 한국 교회사뿐만 아니라 한국 근대사 연구에 있어서도 귀중한 자료다. 이러한 작업은 우선 설립자인 최 몬시뇰이 유럽에서 수집해 놓은 자료들을 본 연구소로 모으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이 자료들은 최 몬시뇰이 유학 시절에 교황청 포교성성(현 인류복음화성), 파리 외방전교회 등을 수시로 방문해 수집한 것들이다. 그리고 가톨릭대학교 신관 건물 3층에 있었던 자료들도 연구소로 옮겼다.
이렇게 시작된 본 연구소의 자료 수집 과정에서 ‘조선 전도’ 발견(1978), 황사영 ‘백서’의 원본 확인(1983), 다블뤼 주교의 ‘비망기’ 사본 입수(1979·1998) 등과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수집된 자료들은 영인본과 역주본 형태로 간행됐는데 「벽위편」(闢衛編, 1977), 「벽위신편」(闢衛新編, 1990) 등과 같은 희귀 한문자료와 「신명초행」(1986)·「성경직해」(1986)·「경향신문」(1978)·「기해·병오박해 순교자 증언록」(2004)·「불한사전」(2004) 등과 같은 교리서·성서·잡지·신문·증언록·사전 등이 ‘교회사 연구 자료집’으로 영인됐다. 그리고 달레 신부의 「한국천주교회사」(상·중·하)(1979~1980)·「리델문서」Ⅰ(1994)·「뮈텔 주교 일기」(1986~2002) 등이 역주본으로 간행됐다.
이처럼 자료 수집에 힘쓴 결과, 연구소는 1966년 당시, 2000여 권의 한글 및 한문 서적, 1000여 권의 서양 서적, 5000여 페이지의 마이크로필름 등을 소장하게 됐다.
한편 연구소에서는 전문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 교회사와 교회 문화를 알리고 교육하는 작업도 병행해 왔다. 1964년 8월 28일부터 창립 기념전으로 ‘한국 교회사 사료 전시회’를 개최한 것이 그 작업의 시작이다. 전시품은 총 204점이었는데 서적이 172점으로 가장 많았고 서화 17점, 유물 15점 등이었다. 1975년 8월에 시작된 ‘한국 교회사 강습회’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본당·학교·단체 등에 교회사 관련 사진, 형구, 고서 등을 대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또한 교육의 경우 ‘한국 가톨릭 문화 강좌’, ‘공개대학’, ‘교회사 초청 강연회’ 등 다양한 형태의 강좌들을 개설해 신자들의 교회사 지식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00년대 들어 ‘한국 교회사 연구 동인회’의 활동이 더욱 활성화됨에 따라 ‘동인회 공개강좌’를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성지순례를 통해 신자들의 신심 함양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문의 02-756-1691 한국교회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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