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고(故) 이태석 신부는 아프리카 남수단 어린이들에게 친구가 되어 주었다. 세계 곳곳으로 파견된 선교사들 역시, 현지인들과 친구가 돼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선교사들이 보여준 모범에 따라 아시아 청소년들과 우정을 나누는 대전교구 청소년국 국제봉사단 ‘피앗’(FIAT)이 있다.
피앗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여느 해외봉사단과는 성격이 다르다. 스펙 쌓기로 변질된 ‘봉사’ 대신 현지 청소년들과 친교를 나누고, 코피노 문제,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 문제 등 한국인들이 아시아인들에게 잘못한 것에 사과하는 활동이 주를 이룬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과 몸짓으로 진심을 나누면서 참가자들은 현지 청소년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어간다. 또한 선교 정신을 배우고자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교사를 찾아간다.
이를 위해서 해외로 떠나기 전부터 워크숍을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사전모임에서는 방문할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현지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을 발굴한다.
박진홍 신부(대전교구 청소년국장)는 “같은 아시아인이면서도 우리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차별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그들에게 잘못한 일을 인식하고, 사과할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피앗의 취지를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8박9일 간 짧은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피앗 정신을 이어간다. ‘그러지 마세요, 그 나라에 내 친구 있어요’라는 슬로건 아래 자신의 삶 안에서 작은 캠페인을 실천한다. 한 학생은 대전지역에 거주하는 20여 명의 이주노동자, 유학생 등을 모아 피정을 진행했고, 다른 학생은 피앗을 통해 세계의 이웃들과 함께하기 위한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피앗 참가 후 간호학과 진학을 결정한 박선렬(소피아·22)씨는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또 사과활동을 하면서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7년째 진행되고 있는 피앗은 중·고등학생을 넘어 대학생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피앗에 참여 경험이 있는 20대 청년들을 중심으로 ‘청년 피앗’(가칭)을 결성, 청소년 피앗 프로그램을 기획·구상하는 역할을 한다. 청년 피앗 구성원들은 누구의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답사 비용을 마련하고, 학업에 열중하기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자신들이 피앗에 참여하면서 느끼고 체험했던 것들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이다.
청년 피앗 회장 문지영(소화데레사·22)씨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넓어지고 긍정적으로 변했다”면서 “제 생활은 물론 신앙생활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참가인원만 300여 명이 넘는 피앗은 현재까지 필리핀, 중국, 몽골, 캄보디아, 태국 등 6개국을 방문했다. 앞으로 아시아 지역 15개국 이상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해 아시아청년대회를 대전교구에서 치른 뒤에는 현지에서 방문을 요청하는 사례도 생겼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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