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신부님은 아이들을 위해 크레파스와 도화지, 그리고 볼펜 등을 준비해놓고 교리교사들과 함께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줍니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무지개’ 우리에게는 7가지 색상이 새로울 것이 없지만, 한 번도 색깔에 대해 배워본 적도 없고, 그림 그리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예전에 아이들에게 색깔을 영어로 설명하며 딩카말로 무엇이라고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이들의 말에 검정색과 하얀색, 빨간색과 파란색을 제외하고는 따로 색깔을 지칭하는 단어가 없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예를 들면, 갈색도 빨간색이고 주황색도 빨간색이며, 녹색도 파란색이고 보라색도 파란색입니다.
그래서인지 24가지 색상의 크레파스를 가져다 주어도 48가지 색상의 크레파스를 가져다 주어도, 아이들이 사용하는 크레파스는 한 두 개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려도 넓은 도화지 한구석에 조그맣게 사물을 그리거나, 두 팔과 두 다리를 쫙 펴고 있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의 사람을 그리곤 했습니다. 눈과 코와 입은 조그만 점과 선으로 대충 마무리하고 인물의 표정은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이렇게 그림을 그리곤 했기에 의아한 마음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그림을 통해서 나타나는 아이들의 심리상태는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재능은 배움을 통해서 나타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쉐벳본당의 아이들은 이제 그림을 잘 그립니다.
아이들은 진득하게 앉아서 야무지게 크레파스를 이것저것 골라가며 알록달록한 색깔로 밑그림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한 아이는 정지용 신부님이 미사를 드리는 모습을 보고 그림을 그렸는데, 예전처럼 팔다리를 쭉 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기도 손을 하고 있는 신부님의 모습을 아주 잘 그렸습니다. 게다가 정 신부님의 풍성한 머리칼과 수염, 온유한 표정까지 아주 세심하게 표현해 내었습니다.
예전에는 친구들의 그림을 힐끗힐끗하며 따라 그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각자 자기 그림에 몰두하며 저마다의 독특한 표현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그려내는 것은 평소 자신들이 눈으로 보고 느낀 것 중에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것들입니다.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이 많을수록 더욱더 그리고 싶은 것이 많아지겠지요.
비록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지만, 단순한 삶 안에서도 아름다움과 행복을 보고 느끼는 이곳 아이들은 그릴 것이 없다며 투덜거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도화지에 그려내는 수많은 꿈들이 남수단의 미래를 형형색색 아름답게 채워나갈 날을 마음속으로 그려봅니다.
▲ 그림을 그리고 있는 쉐벳의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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