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진 것도 없고 건강하지도 않지만 몸이 아플 때는 무료로 진찰해 주고 약까지 제공해주는 성가복지병원이 있어 걱정하지 않습니다.”(환자의 편지 가운데)
사회복지법인 성가소비녀회 성가복지병원(원장 이영순 수녀)은 지난 25년 동안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에게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왔다. 무료병원으로 전환한 이후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도 한 번도 가난한 이들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성가복지병원은 1990년 무료병원으로 출발했다. 현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이 서울 하월곡동에서 경기도 부천으로 이전한 후에도 5년 동안 유료병원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을 섬기며 강생 영성을 실현하자’는 설립 정신에 따라 유료병원을 폐쇄하고 무료진료(외래진료와 입원)를 시작한 것.
당시만 해도 무료병원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탓에 세간의 우려가 컸다. 더구나 정부 보조금 없이 전적으로 봉사자와 후원자들의 도움에 의지해 병원을 운영해야만 했다. 그러나 성가복지병원의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사랑의 손길이 쏟아졌다. 그 손길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병원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만 2500여 명이고, 후원자는 9900명이나 된다.
후원자와 봉사자들의 관심과 후원 덕에 약 100만 명의 노숙인들이 이곳에서 건강과 희망을 되찾았다. 병원은 또 호스피스 병동 개설, 쉼터 신축, 무료급식 실시 등 의료서비스 외에도 노숙인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쉼터를 1인실로 개조하고, 노숙인 4명에게 거주공간을 제공했다. 이들 중 3명은 올 8월 자립할 예정이다.
이영순 수녀는 “성가복지병원을 이 세상 안에 있는 천국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수많은 천사들이 이곳을 찾아오고, 또 환자들 안에서 주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의 애정과 노력도 무료병원이 유지되는 데 큰 몫을 했다. 수녀회에서 가장 많은 인원인 21명을 병원에 파견했고, 밤낮없이 발품을 팔아가면서 노숙인들에게 쏟았던 정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노숙인들은 이곳을 ‘집’으로 여길 수 있었다.
무료병원 개원 25주년을 맞은 병원은 올 한 해를 ‘감사의 해’로 정하고, 자원봉사자와 후원자, 환자들과 친교의 시간을 갖는다. 이와 함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특히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차상위계층과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병원은 7월 23일 오후 2시 병원 1층 성당에서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한다.
카리타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