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는 오늘 교회가 인류와 지구 공동체와 함께 직면한 과제를 식별해 응답한 문헌이다. 6장, 246항으로 구성된 이 문헌에서 교황은 ‘통합 생태’(integral ecology) 비전을 제시하면서, 이것이 신학교와 모든 교육 기관과 본당에서 체계적으로 교육되기를 희망하고 있다.(214항)
이 문헌이 발표되자 일반적으로 ‘환경 회칙’으로 불리고 있다. 자연환경에 대해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으니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런데 교황은 이 회칙 처음부터 끝까지 ‘integral’한 생태를 말한다. ‘integral’은 누구도 손대지 않은 온전한 상태나 그렇게 온전하게 하기 위한 통합 행위를 가리킨다. 이 말에 대가 되는 것은 누군가에 의해 나눠져서 부분화된 것(partial)이다. 교황에게서 integral한 존재는 하느님 한 분이시고, 그분의 살림밖에 integral한 것이 없다.
교황이 ‘integral ecology’를 말하는 이유는 하느님의 집안 살림(oikosizing)이 통의 것이어서, 그분의 생태살이가 파편화된 형태로 접근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설득하려는데 있다. 교황이 선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2007년과 2010년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와 회칙 「진리 안의 사랑」(2009년)에서 사용한 ‘자연생태’ ‘인간생태’ ‘사회생태’ 개념을 원용해 삼생태 차원을 기본틀로 삼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교황은 창조된 만물에 대한 성사적 이해와 관계 맺기를 주목하면서, 자연과 세계를 대할 때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의 살림에 비추어 사랑으로 관상할 ‘신비’로 보도록 요청한다.(12항) 이것은 하느님이 이루시는 일에 대한 신뢰 없인 불가능하다. 이런 기초 위에서 우주적 형제애(universal fraternity), 생태적 형제애(ecological fraternity)를 제안한다.(11, 70, 92, 221, 228항)
이것은 하느님의 창조와 온 창조계를 생태적 감수성 혹은 생태적 센서(ecological sensor)로 알아보고 따뜻하게 품어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회칙은 앞으로 가톨릭교회가, 특히 우리의 경우 동아시아의 우주 친화적 정체성을 교황의 우주적 형제애와 통합해 우리의 신학과 영성과 사목에 육화시켜 가는데 발판이 돼줄 것이다.
이렇게 삼생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게 되면, 구체적으로 복음서에서 가라지의 비유를 읽을 때, 밀과 같은 존재가 되는데 초점을 맞춰 개인 윤리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게 된다. 이제는 가라지도 하느님께서 있게 하신 생명이라는 것, 그러므로 가라지 같이 여겨온 존재들에게도 그들의 존재과정이 있고, 그러므로 그들에게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헤아릴 줄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을 사마리아인의 비유와 연결 짓자면,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강도들도 포용해 이들이 나타나게 된 상황은 물론 이들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사회생태의 구조까지 성찰해 오늘 우리의 사회관계 안에 육화시켜 가게 될 것이다.
이런 토대 위에서 우리 교회는 눈앞에서 자연 생태가 겪는 파괴와 고통을 보다 더 충실하게 식별하게 될 것이다. 인간중심적으로 구축된 문명 속에서 쓰고 버리는 문화로 인해 자연 생태가 오염되고 훼손, 파괴, 멸절되면서 겪는 고통은 ‘우주적 형제애’에 근거할 때, 우리의 아픔이고 하느님의 살림 공동체의 아픔이고 하느님의 아픔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연 생태 보존과 하느님의 창조 질서 보전은 할 수 없이 혹은 의무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서 저절로 이뤄지는 무엇이라 할 수 있다. 하느님이 당신의 온 창조계와 인간 사이에 내장시켜 놓은 우주적 형제애와 그분의 통살림을 깨달으면, 자연과 인간과 사회 생태를 하느님 나라 살림에 부합한 형태로 만나면서 이를 ‘정치적 사랑’(231항)으로 동반해갈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이때 원리는 아주 단순하다. 우리가 사랑하면, 사랑하는 만큼, 사랑하는 존재에게 귀를 기울인다. 충실하게 사랑하면 충실하게, 적게 사랑하면 적게 귀를 기울인다. 이것이 순명의 핵심이고, 관상의 정도다. 삼생태를 통합해 관상적 사랑과 사회적 사랑을 통합하면서, 이를 통해 온 창조계와 함께 하느님 살림을 찬양하는 것. 바로 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생태 회칙을 발표한 깊은 목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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