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거주하는 신자 북한이탈주민은 얼마나 될까. 그들이 어떤 어려움에 노출돼 있는지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고향을 떠나 남한사회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는 그들의 신앙생활에 대해 “아무 상관없다”고 고개 저을 수 있을까.
북한이탈주민 3만 명 시대를 앞두고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 이하 민화위)가 파악한 신자 북한이탈주민 수는 330여 명. 민화위가 지난해 9~12월 실시한 ‘신자 북한이탈주민 신앙생활 실태 연구’(이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0월 기준 전체 북한이탈주민 대비 신자 북한이탈주민 비율은 1%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 약 80%가 ‘생계활동으로 인한 시간부족’ 등으로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아예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탈주민 대다수는 남한 입국 ‘이후’ 하나원(39.3%)과 국정원(20.2%)에서 만난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통해 처음으로 천주교를 접한다. 이어 하나원에서 ‘받아들이는 예식’을 거쳐 향후 거주지 관할본당에서 심화 교리교육을 계속 이어가 세례를 받는다. 지난 2010년 7월(141기)부터 2014년 9월(194기)까지 하나원에서 ‘받아들이는 예식’을 수료한 이들은 총 1331명으로, 전체 북한이탈주민 대비 5%에 머물렀다. 그나마 이 수치는 쉽게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북한이탈주민에게 꾸준히 사랑의 손길을 건넨 성직자·수도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하나원에서 ‘받아들이는 예식’을 수료한 이들이 세례를 받으려면 해당 거주지 관할본당의 특별한 관심이 필수다. 민화위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신자로 전환되는 비율은 25%에 그친다. 바꿔 말하면, 받아들이는 예식 수료자의 75%가 실제 거주지에서 세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민화위 총무 이은형 신부는 “하나원이나 국정원에서 처음 뿌려진 신앙의 씨앗을 지켜주고 키워내야 하는 1차적 몫은 거주지 관할본당에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가운데 일부는 다양한 이유로 세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이탈주민 거주지 관할본당의 뜨거운 환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범교구·본당 차원에서 북한이탈주민과 민족화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기도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구 보고서가 초점을 맞춘 건 ‘이미’ 신자가 된 북한이탈주민들의 신앙생활 실태였다. 타종교(파)에 비해 비교적 어려운 입교과정을 거친 신자 북한이탈주민들은 형식적인 신앙생활에 머물고 있거나, 소위 ‘냉담’의 상태에 처해있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연구 보고서는 ‘민족화해 특성화 본당(거점본당)’ 신설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일반 본당’의 여건상 신자 북한이탈주민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목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한계 때문이다.
연구 분석을 담당했던 강주석 신부(의정부 광적본당 주임)는 “의지적으로 교회의 문을 두드려 세례를 받은 북한이탈주민 이외 인원들에 대한 관심이 시급하다”며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는 심정으로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이들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신부는 또 “거주지 관할본당의 관심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며 “신자 북한이탈주민의 신앙생활 실태는 역설적으로 남한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반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남한 신자들의 신앙생활 역시 ‘생계활동으로 인한 시간부족’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존재는 북한 복음화를 위한 밑거름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탈북과정에서 겪은 극심한 상처와 남한사회에서 소수자로 대우받는 어려움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교회에서 위로를 얻고 신앙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배려를 받아야 할 권리는 자명하다. 연구 보고서가 “타종교(파)의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사목적 차원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평가한 것은 뼈아픈 지적이다. 아울러 북한이탈주민의 신앙생활을 위해 남한신자들이 “신앙적 이해는 물론 지역사회 정착도우미의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다”며 대부·대모의 참 의미와 신앙으로 맺어진 가족 등 ‘교회’의 참 본질에 가닿을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은 머나먼 일이 아니라 우리 동네, 곧 ‘지금 바로 여기’에서 실현된다. 신자 북한이탈주민뿐 아니라 북한이탈주민 전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야 하는 이유다. 이는 우리 동네 신자 북한이탈주민이 얼마나 있는지 먼저 ‘아는’ 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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