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떠나 밤하늘을 바라보면 천체의 향연에 시간을 잊곤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별들은 이동한다. 지구가 회전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일상적인 상식이지만 500여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동설은 흔히 과학과 교회가 대립하는 예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지동설을 최초로 주장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1473~1543)는 가톨릭 사제였다.
코페르니쿠스는 폴란드 바르미아대교구 사제로 재무를 담당하는 교구 운영 위원이었다. 또 교회법 박사 학위를 받았을 뿐 아니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1523년 교구장이 사망하자 임시 교구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천문학을 연구했다. 그 결과 1542년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를 출판해 태양을 중심으로 다른 천체들이 공전과 자전을 하고, 심지어 지구를 비롯한 천체들이 둥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구는 평평한 판과 같고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들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던 당시로선 혁명적인 주장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영어권에서는 회전(Revolution)이 혁명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출판 당시 여러 추기경들이 코페르니쿠스의 연구결과를 지지했고, 교황 비서가 그의 이론을 교황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지지하며 교회와 대립하는 학자들이 많아지자 교황청은 1616년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의 일부를 수정해야만 출판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사실 코페르니쿠스는 천문학 분야에서 활약한 많은 성직자 중 한 명이었다. 부활대축일을 결정하는 역법(曆法)의 기초가 되는 천문학은 늘 교회의 관심사였다.
크리스토프 샤이너 신부(1575~1650)는 태양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첫 천문학자였고, 베네딕트 세스티니 신부(1816~1890)는 처음으로 별의 빛깔을 종합적으로 연구했다. 천문학 분야에서 예수회 신부들의 공헌이 많았기에 달 분화구 중 30여 개에 예수회 신부들의 이름이 붙었다.
18세기에는 로마대학교에 천문대가 설치됐다. 이 바티칸 천문대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저명한 천문학자와 함께 우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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