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교황이 “우리는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몸을 낮췄다. 교황은 7월 12일 남미 3개국 순방일정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교정상화는 양국 정부의 선한 의지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양국에 어떤 특별한 도움을 줬느냐는 질문에는 “미국과 쿠바를 기억하며 약 3개월 동안 기도했고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 추기경을 양국 정상에게 파견해 대화의 길을 열도록 했다”고 말했다.
즉위 후 일관된 목소리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비판해온 교황은 “미국에서 나의 경제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9월에 미국을 방문하기 전 왜 글로벌 경제 제체를 비판하는 나의 견해가 공격받는지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제기되는 주장을 듣기는 했지만 자료들을 읽고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나를 비판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의 주장에 대해 내 견해를 밝힐 권리가 없다”고 말해 소통과 존중의 자세를 강조했다.
기내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 기자가 “부자와 가난한 이들은 얘기하면서 왜 성실히 세금을 내는 중산층에 대해서는 발언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하자 “당신 생각이 맞다. 내가 깊이 고려하지 못했다”고 답해 전향적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교황의 이번 남미 3개국 방문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장면은 7월 8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으로부터 망치와 낫 모양의 십자고상을 받고 나서 보인 반응이었다. 낫과 망치는 흔히 공산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낫과 망치로 구성된 십자가를 보고 깜짝 놀랐고 그 십자가를 디자인한 예수회 루이스 에스피날 신부가 조각가이자 시인이라는 점을 몰랐다”며 “이번 기회에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수회 출신인 교황은 에스피날 신부가 1970년대 후반 라틴 아메리카 지역 신학자라는 사실과 마르크스주의를 정치·사회·경제적 분석에 활용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볼리비아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1980년 군부에 의해 피살된 에스피날 신부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언급한 교황은 “모랄레스 대통령이 선물해준 십자가를 교황청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말해 낫과 망치 십자가의 소재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했다. 또한 “처음에 십자가를 받고 그 자리에서 돌려주긴 했지만 모랄레스 대통령을 기분 나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고산지대인 볼리비아를 방문하면서 고산증 예방을 위해 코카잎을 씹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코카잎을 씹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교황이 10대 시절 한 쪽 폐를 수술한 영향으로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코카잎의 도움을 받았다고 다수 언론매체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 해명한 것이다.
실제 교황을 수행한 교황청 관리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산소탱크를 준비했지만 교황은 산소탱크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모든 일정을 소화해 건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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