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많은 경우 ‘내가 누구인가’, ‘내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등을 되짚기 위해 카미노를 찾습니다.”
각 시대마다, 사람들이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 서는 목적은 다양했다. 처음엔 야고보 성인의 무덤 순례가 목적이었다. 세군도 페레즈(Segundo Perez) 신부는 “시대가 바뀌면서 종교에 관계없이 내 존재의 의미를 찾고, 일상에서의 불안과 근심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이들이 급증했다”고 설명한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대교구 교구청장 겸 교구 주교좌본당(성 야고보 기념 대성당) 주임인 페레즈 신부는 특히 최근 들어 한국인 순례객들이 급증한 데 대해서도 놀라움을 표시했다.
페레즈 신부는 실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산티아고를 방문하고, 산티아고 주 정부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면서 청년 순례객, 특히 아시아인 순례객들이 더욱 늘어나기도 했다고 말한다.
수많은 이들이 순례를 통해 자신의 나약함을 발견하고, 그 한계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순례에는 동반이 필요하다. 산티아고 주교좌본당은 순례자들과 동반하고 이들을 환대하는 구심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현재는 완주자들을 위한 행정적 지원뿐 아니라 스페인어, 영어, 폴란드어, 이탈리아어 등 7개국 언어로 봉헌할 수 있는 미사를 지원한다. 단체 순례객들에게는 대성당 내 7개의 경당 문을 기꺼이 열어준다. 사제와 순례자들이 대화하는 시간과 장소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페레즈 신부는 “순례길에서 누군가와 만나고 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특히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을 갖는 시간은 순례의 은총”이라고 조언한다. 또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서는 머나먼 이스라엘에서 유라시아의 끝인 이베리아 반도까지 복음을 전파하러 왔던 야고보 성인의 열정과 모든 것을 다 내어놓는 자세를 더욱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특히 페레즈 신부는 “앞으로 한국 사제들의 관심도 더욱 커져, 산티아고에서 상주하며 한국어로 봉헌하는 미사가 상설로 마련될 것을 기대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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