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때늦은 감마저 없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반가운 주교 임명 소식에 진심으로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본인에게는 말할 수 없이 힘들 십자가이겠지만, 지켜보는 이로서는 든든하고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좋은 품성으로 준비된 분이시니, 귀하게 쓰시겠지요.
제가 아는 손희송 주교님은 참 성실하고 따뜻한 분이십니다. 오스트리아에서의 유학시절 신학생 때부터 맺은 인연으로 이미 30여년 뵈었지만, 그동안 학자로서, 교수신부로서, 사목자로서, 또 관리자로서의 모습은 늘 한결같았습니다. 넉넉하고 푸근한 여유로 보듬어 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입니다.
그분의 진중한 판단력은 참으로 합리적이어서, 때로는 ‘식초병’처럼 주변을 따끔하고 서늘케 해서 깐깐하다는 투정을 받아도, 그 겸손한 냉철함에 즉시 수긍하고 자세를 고쳐 앉게 합니다. 20여 년의 긴 교수 신부 생활로 일선 본당사목의 시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교구의 사목국장으로도 발탁되어 그 소임을 훌륭히 수행하신 것은 안정적이고 균형감 있는 그 품성 덕분일 것입니다.
손 주교님은 기도하는 사제이십니다. 매일 아침 당신이 나서야할 시각보다 늘 한 시간 일찍 일어나, 먼저 기도하는 습성이 몸에 밴 분이십니다. 희망의 참 근거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시작하고, 그분께로 향하는 용기를 기도로 길어내는 신앙인의 자세를 당신의 삶으로 일깨워 주실 것입니다.
그분의 멋스러움은 이미 유학시절 때부터 익히 알아 뵈었습니다. 차도 없던 분이 시골의 허름하지만 깔끔하고 기분 좋은 식당으로 인도하시던 품이, 지금쯤은 유쾌한 미식가가 되어 계실 것입니다. 소박한 음식으로도 기쁨을 만들 줄 아는 분이시니, 지치지 않을 신선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을 엮어주실 것입니다.
그분은 이미 SNS에서 유명인이십니다. 깊이 있고 시의적절한 묵상글로 수많은 방문객에게 복음의 가치와 기쁨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독자들과 눈높이를 맞춘 거기에는 늘 글에 잘 어울리는 그림이나 사진이 곁들여지는데, 어디서 구해 오시는지 사뭇 그 출처마저 궁금할 만큼 완성도 높은 편집 솜씨까지 갖추었습니다. 길을 잃고 방향을 찾지 못하는 때에도 ‘헤드라이트’ 같은 비추임으로 걸음을 뗄 수 있게 하여 주실 것입니다.
설익은 신념들과 이기심의 틈바구니 속에, 신앙의 소중한 가치를 굵은 선으로 제시하고 견지해야할, 시대적 소명과 요청 앞에 부르심을 받으신 주교님, 힘을 내어 주십시오. 그 책무가 절절히 무겁고 외로운 것이겠으나, 혼돈의 시대에 거기가 바로 시작해야할 자리인 걸 어쩌겠습니까. 감히 축하를 드림은 하느님 나라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고 여겨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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