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계남초등학교 5학년 5반(담임 박지희 선생)의 또 다른 이름은 ‘아이참행복교실’이다. 학급 이름처럼 아이들 얼굴에는 행복의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경쟁보다 협력할 때, 소유하기 보다는 나눌 때 더 큰 행복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올 1년 동안 체험하고 공부한다.
아이참행복교실은 이 학급 담임인 박지희(노엘라·41·서울 양천본당) 선생의 교사 생활과 함께 시작됐다. 18년 전,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된 박 선생은 무한경쟁과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이 사회에서 아이들이 행복을 느끼며 성장하길 바랐다. 고민 끝에 아이들에게 ‘나눔’을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당시 반 아이들과 지은 이름이 ‘아이참(행복)교실’이다. 지난해 계남초로 부임해 와서 행복을 강조하고자 ‘아이참행복교실’로 명칭을 바꿨다.
“우리 아이들이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랐어요. 저는 나눔이 빠진 행복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박 선생은 다섯 개의 학교를 거치면서 환경에 맞게 아이참행복교실을 변화시켰다. 지난해와 올해는 아나바다시장을 통해서 경제 원리를 이해시키고, 돈 버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몸소 체험하게 했다. 지난달에는 아이들이 직접 모은 수익금을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유경촌 주교, 이하 본부) 백혈병·난치병 치료비 지원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반 아이들이 본부에서 보내준 감사장을 보고 굉장히 좋아했어요. 우리 반은 특별한 반이라고 말해요. 반 이름처럼 아이들의 참된 행복이 있는 교실이라고요.”
나눔을 배우면서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도 박 선생은 여러 번 봤다. 반에서는 일기나 독서감상문에 하루 중 감사했던 일을 적어내는 데 그 내용을 보면 놀랍다. ‘엄마가 더운 데 아이스크림을 사줘서 감사하다’, ‘ 선생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친구가 연필을 빌려줘서 감사하다’ 등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기뻐하는 일이 늘었다.
“성적, 외모, 경제력 등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불행한 일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데 나눔과 감사를 배우면서, 아이들과 제가 점점 행복해졌어요.”
박 선생은 학교에서뿐 아니라 삶 안에서도 나눔을 실천하고, 자녀들에게 가르친다. 2009년 본부의 생애첫기부를 통해 최서윤·서영 두 딸의 나눔을 시작했고,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을 갖게 돼 2년 전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은퇴 후에는 교사 경력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바탕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1년의 교육으로 확 바뀔 수는 없겠죠. 하지만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크면 좋겠어요. 교사로서 아이들이 잘 성장해서 세상에 사랑을 나누는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랄뿐입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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