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학술소위원회(위원장 이재돈 신부)는 7월 21일 오후 7시 이들에게 듣는 ‘생태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와 우주이야기’를 서울 명동 대교구청 신관 501호에서 열었다. 이재돈 신부 사회로 이뤄진 강연에는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와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를 비롯한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참석했다.
강연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에 대한 자세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 메리 에블린 터커 교수는 환경 파괴가 창조물에 대한 죄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존 그림 교수는 환경과 생태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미 시대적 요청이라고 강조한다.
Q.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6월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했다. 이 회칙은 왜 중요한 의미를 갖는가.
메리: 회칙이 발표된 지금은 우리 평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역사적인 순간이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가톨릭 인구 10억, 그리스도인 20억을 포함한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말하고 있다.
회칙은 3개의 ‘E’를 언급한다. 평등(Equality), 생태(Ecology), 경제(Economy)다. 회칙은 이 세 분야를 하나로 통합생태를 이야기한다.
교황님께서는 동방정교회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와 지난 20년 동안 생태환경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해오셨다.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환경파괴가 ‘생태적 죄’이자 ‘창조물에 대한 죄’라고 말씀하셨던 분이다. 우주론적 세계관이 회칙에 포함된 것도 기쁘다.
존: 회칙은 인간의 여정을 특별한 순간으로 고백하며 새로운 전망을 가져다 준다. 인간은 소비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되고, 소비에 한계를 짓고도 그 안에서 행복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메리가 말한 것처럼 회칙은 통합생태를 말하기도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갖고 있는 청빈함과 단순함을 전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을 ‘석기시대’로 돌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삶 안에 빈곤층을 어떻게 하면 위로 올릴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다.
회칙에서 동방정교회 총대주교를 언급한다는 점도 대단히 중요하다. 교황뿐 아니라 환경문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주요 종교지도자들이 많다. 우주론이 이번 회칙 안에서 중심주제는 아니지만 교황은 통합생태의 관점을 우주 전체의 진화여정 안에 위치시켰다. 우주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인류에게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과 같다.
Q. 회칙은 교회 안과 밖 모두에게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회칙이 종교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교회 밖에도 보편타당성과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
메리: 우리 부부가 「우주 속으로 걷다」라는 책을 쓴 배경이 그러한 이유에서 나왔다. 우리는 「우주 속으로 걷다」를 책과 영화 등으로 만들어 많은 이들과 대화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생명이 발현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는지에 대한 경이로움과 아름다운 감각을 우리가 회복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명을 보호하게 될 것이다.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회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존: 토마스 베리 신부님이 문화적 관계를 말씀하실 때는 문화마다 독특하게 분리된 차이점이 있었던 동시에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관점도 많았다. 종교와 문화가 만나면 그들이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채워주며 서로를 완성시킨다. 보편타당성과 설득력을 갖는 것은 우리에게 모두 주어진 과제이자 도전이다.
Q. 생태에 대한 교회의 책임은 무엇인가.
메리: 우리의 종교 유무에 관계 없이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점이다. 우리가 우주 안에서 만들어진 존재라고 이해하게 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큰 관점에서 바라보면 존재에 대한 이해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숲과 물고기, 산 등이 만들어지는데 수백억 년이 걸린다. 그것을 알고 나면 왜 이것을 파괴하고 싶어지겠는가. 이들이 사실 우리인데 말이다.
존: 세 사람이 유럽 대성당의 벽돌을 나르고 있었다. 뭘 하고 있느냐고 묻자 한 사람이 ‘벽돌을 나른다’고 했다.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사람은 ‘나는 담을 쌓고 있다’고 대답했다. 같은 일을 하는 마지막 사람은 ‘대성당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 안에서 환경을 이야기할 때도 교회 안 재활용 에너지 사용이나 쓰레기 줄이기 등 작은 차원에서 생태를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이에 앞서 ‘생태적 죄’라는 큰 차원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환경을 파괴하고 있을 때 종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벽돌을 쌓고 담을 쌓는 차원이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을 돌보아야 함을 사람들이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Q. 통합생태라는 관점에서 모두가 연결돼 있지만 아시아 생태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의 생태문제는 무엇이며 아시아 생태신학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메리: 아시아는 현대화를 거치면서 빠르게 변화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우려했던 것은 이러한 급격한 발전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이었다. 세계 인구의 2/3가 아시아에 살고 있다. 아시아 전역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와 대기오염, 개발 불평등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대기오염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말이다.
통합생태가 바로 회칙의 주요 메시지다. 한국의 생태문제와 신학은 불교, 유교 등 다양한 곳에서 거론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시아가 이에 대한 나름의 목소리를 내도록 돕고 싶다. 동양적 우주론은 ‘천(天)지(地)인(人)’을 이야기한다. 아버지 하늘, 어머니 땅, 그리고 우리들이라는 것이다. 동양의 우주에 대한 관점은 이미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우주 안에 우리가 참여하는 모양이다.
존: 많은 생태 신학자들은 각자 지구상에서 우주를 경험할 수 있도록 나름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우리가 구하게 될 것이다. ‘성당만 충실하게 나가면 되지, 우주와 생태가 다 무엇이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환경과 생태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미 시대적 요청이다.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토양의 황폐화 등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에블린 터커·그림 교수 부부는…
미국서 ‘종교와 생태 포럼’ 시작
세계적 생태사상가 토마스 베리(Thomas Berry) 신부의 가장 가까운 제자인 메리 에블린 터커(Mary Evelyn Tucker)·존 그림(John Grim) 교수 부부는 ‘종교와 생태 포럼’을 시작한 인물들이다.
1996~1998년 하버드대학에서, 1998년 UN회의에서, 2006년 예일대학으로 포럼을 옮겨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종교와 생태」라는 제목으로 10권의 결과물이 출간돼 각 종교의 생태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 웹사이트(www.yale.edu/religionandecology)에는 각 종교 지도자들이 발표한 성명서, 각 종교 경전의 생태 관련 텍스트들도 수록돼 있다.
아내인 메리 에블린 터커 교수는 책 「우주 속으로 걷다」(Journey of the Universe) 저자로도 유명하다. 토마스 베리 신부의 핵심사상인 우주이야기를 주제로 천지창조 순간인 빅뱅부터 지구의 탄생, 우리 인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연대하고 있으며 인간 또한 우주적 존재로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2011년 영화로도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