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청소년대회(이하 WYD)는 그 역사와 규모 면에서 단순히 종교적인 모임을 넘어선,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대규모 행사가 되었다. 따라서 국제 대회로서의 WYD를 안정적으로 치러내기 위해서는 정부 및 기업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던 1995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의 WYD 준비위원회 구조를 참조해본다면, 거의 현실화되고 있는 한국에서의 WYD를 준비하기 위한 연대 조직을 다음과 같이 구상해볼 수 있다.
한국에서 WYD를 치르게 된다면, 교황님의 방한을 포함해서 전 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그들을 동반하는 가족 등 수십만 명이 한국으로 모여들게 될 것이며, 세계의 관심이 한국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로서는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한류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이며, 한국의 여러 기업들에게는 다양한 나라의 소비자들에게 기업 브랜드와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장이 된다. 특히 대회 참가자 대다수가 10~20대임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홍보 효과는 향후 몇 십 년 이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회는 WYD가 지닌 이와 같은 가능성을 정부와 기업에 적극 알려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정부로부터 국제대회를 치르는 데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협력을 확보함은 물론, 기업으로부터도 대규모 행사에 필요한 재정적 협력을 충분히 이끌어내야 한다.
사실 2000년대 이후 WYD는 개최 교구 홀로 감당하기에는 이미 행사 자체의 규모가 상당히 커진 상태다. 2000년대 들어서 WYD를 개최했던 토론토, 시드니, 마드리드 교구 등도 대회 자체는 무사히 치를 수 있었지만, 행사 이후 교구는 꽤 오랫동안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여기에서 얻는 교훈을 기억하면서 정부와 기업의 마케팅·홍보 욕구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WYD를 위한 기금이 효과적으로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WYD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나, 그들과의 협력에 있어 중심을 잡고 연대 조직을 운영해나가는 주도권은 분명히 ‘교회’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젊은이들을 복음화 사명의 주역으로 키워내는’ WYD의 목적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조정해나가는 역할을 바로 교회가 맡아야 한다. 다시 말해, WYD가 정부 주관의 일반 행사 혹은 정치적 행사의 분위기를 풍기지 않도록, 혹은 기업들의 광고 시장이 되지 않도록 교회가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교회의 젊음을 북돋우고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신앙 대회’로서의 WYD의 초점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교회 중심으로 균형 잡힌 연대 구조를 통해, 정부 및 여러 기업들이 WYD의 여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 이 과정을 통해 WYD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참여와 연대’의 정신이 교회 내부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도 선포될 수 있으리라 본다.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신자들뿐만 아니라 비신자들까지도 WYD에 관심을 보이며 참여하고픈 마음을 갖게 된다면, 이 또한 바람직한 복음화의 기회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조재연 신부는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으로 있으며,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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