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새벽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신자들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조선시대 조정의 중심으로 의정부·육조·포도청 등 중앙관청이 모여 있던 광화문. 최대 순교터인 서소문 순교성지와 임금이 거처하던 경복궁이 인근에 있는 박해의 진원지. 바로 이곳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가 거행됐다.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100만 명의 눈길이 쏠린 제대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새로운 ‘복자’(福者)들이 탄생했다. 로마 교황청이 아닌 지역교회 현지에서 교황이 직접 시복식을 거행한 이례적인 장이었다. 지난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103위 순교자가 ‘성인’(聖人) 반열에 오른 지 꼭 30년 만이었다.
124위 복자들이 탄생한 지 벌써 1주년이 됐다. 그날의 감동과 기쁨의 함성은 ‘지금 여기’(Hic et Nunc) 우리네 신앙의 기초가 되고 있을까. 복자들의 삶과 신앙은 얼마나 우리 ‘삶의 자리’(Sitz im Leben)에 자리 잡고 있을까.
시복이 끝은 아니다. 124위 복자 가운데 중국 출신 주문모(야고보) 신부를 제외하고 모두 평신도라는 사실은 향후 순교자 공경의 방향을 가늠케 해준다. 더불어 우리는 복자 공경을 넘어 성인 공경을 통해 하느님께 보다 큰 은총을 청할 수 있다.
1년 전 시복식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 순교자들의 시복을 바랐던 갈망만큼 그들이 걸었던 신앙의 길을 따라가 보자. 신앙을 위협하는 모든 유혹거리 앞에서 신명나게 춤추며 복음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서다. 살아있는 교회의 신앙을 더욱 무럭무럭 키워내기 위한 사랑의 실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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