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애! 수도 생활하면서 가장 신기하고도 뿌듯한 것은 형제애입니다. 같은 피를 나누지는 못했어도, 공동 생활하면서 서로가 참된 형제적 삶을 살기 위한 노력들, 가만히 보면 그것 또한 기적 같은 감정입니다. 남남인데, 형제가 된다는 것! 그러다 보니 건강한 형제애로 살아가면 이 세상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예전 축일 때였습니다. 후배 수사님이랑 신학교 도서관에서 만나 자료를 찾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부지런히 자료를 찾아 나온 시간이 오후 4시 즈음! 후배 수사님과 나는 서로 다른 공동체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근처 버스 정류소까지 가다가 헤어질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강 신부님, 혹시 빵 좋아하세요?”
저녁 시간도 다 되어가고, 빵을 별로, 아니 많이 좋아하지 않아 ‘안 좋아해!’라고 말하려다가, 문득 후배 수사님이 빵이 먹고 싶어 그렇게 돌려서 말을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빵? 그래, 빵 좋아하지. 우리 근처 빵집에 가서 빵 좀 먹을까?”
그러자 후배 수사님은 근사한 빵집에 가서 빵을 먹자고 했습니다. 나는 빵이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나 싶어서 그 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집은 빵집 규모가 아주 크고, ‘쬐끔’은 비싼 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따라 사람들이 그 큰 빵집에 어찌나 많은지! 암튼 우리는 자리를 잡은 후, 후배 수사님에게 먹고 싶은 빵을 다 고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후배 수사님은 자신의 가방을 열더니, 검정 비닐봉지를 무겁게 꺼내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오늘은 강 신부님 축일이라 제가 한턱을 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 방에 있는 동전통 안에 있는 돈을 다 꺼내서 이렇게 가지고 왔습니다. 이 돈이면 아마도 드시고 싶은 빵을 제가 좀 사드릴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후배 수사님 팔을 치면서,
“허허, 우리 수도회 전통에 후배가 선배에게 사는 일은 없어. 정신 차려. 마음만 받을게!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저기 가서 먹고 싶은 빵이나 골라서 이리로 와. 내가 계산할 테니!”
나는 후배 수사님에게 빵 담는 바구니를 손에 들려 보내면서 마음껏 빵을 담아 오라고 보냈습니다. 그러다 나는 자리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하면서, 창밖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잠시 후에 후배 수사님이 빵을 몇 개 담아 오더니, ‘이런 빵 좋으냐’ 묻더니, 내가 ‘좋아. 좀 더 맛인 것 골라서 오라!’고 하자, 다시 빵을 고르러 갔습니다.
다시 창밖을 바라보는데, 하늘 끝으로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파란 하늘이 유난히 푸르러 보였습니다. 그리고 푸른 하늘을 보면서 조금은 몽롱한 생각이 들다가 깊은 상념에 젖었습니다. 그 후 후배 수사님이 빵이랑 음료수, 그리고 영수증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강 신부님, 오늘은 제가 꼭 사고 싶습니다. 그래서 계산했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아마도 후배 수사님은 내가 창밖을 보며 조용히 생각하는 그 틈을 타서, 빵을 고르는 척하면서 계산대에 가서 빵과 음료수 값을 내고 온 모양입니다. 참으로 고마운 내 형제! 사실, 별일도 아닌 형제 축일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자기 방에 있는 동전을 다 털어 와서 빵을 사 주고 싶어 하는 형제의 마음이 그저 고맙고 고마웠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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