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신앙 전반에 관한 궁금증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상담코너,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가 개설됩니다. 김정택 신부님과 이나미 원장님께서 답변해주실 본란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김정택 신부님에 이어 이나미 원장님의 소개 글을 게재합니다.
내담자들이 처음 방문하면 우선 지금 무엇이 가장 힘든지 묻게 된다. 가까운 가족이 세상을 떠난 사람, 건강이 나빠진 사람, 거액의 손실을 경험한 사람,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지위에서 쫓겨 난 사람… 이들은 모두 상처받은 마음을 부여잡고, 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이다. 약의 도움을 받아 증상이 완화되고,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공감과 위로를 받으며 조금씩 상처가 회복되긴 하지만, 상담과정에서 근본적으로 이들과 씨름할 문제는 ‘고통의 의미’이다.
우리는 종종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나면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런 벌을 내려 주는 것일까”라고 묻게 된다. 실제로 죄 하나 짓지 않은 어린아이를 갑자기 병으로 잃은 부모, 평생을 정직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사기꾼(요즘엔 큰 증권회사나 신용금고 같은 기관들) 때문에 전 재산을 날린 노인, 종교생활을 열심히 하며 오로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았는데 자식이 엇나가 행패를 부리기에 인생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부인 등… 특히 신앙이 있는 경우는 오히려 사랑이신 하느님이 우리에게 왜 고통을 주시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완전한 사랑의 화신이자 만물의 창조주인 하느님께서 어째서 인간이 고통을 겪게 그대로 놔두시는 것인지(혹은 그조차 계획을 하신 것인지)에 대한 신학적 논의는 기독교뿐 아니라 타종교에서도 오랫동안 씨름해온 질문이며, 여전히 많은 철학자들이 지금도 묻고 있는 질문이다.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은 그것이 인류의 원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의 죄를 고통받는 사람이 대신 받는 것이라 말하기도 하고, 고통으로 더욱 겸손하게 만들고 신앙을 단련시켜 천국에 들게 하기 위함이라고도 한다. 불교에서는 인생 그 자체가 생로병사라는 근본적인 조건에 더해서,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고, 자기 욕심과 본능에 휘둘리는 육체 그 자체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상담 과정에서도 이런 유사한 질문을 할 때, 필자는 어떻게 설명하는가. 종교나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도 아니고, 또 고통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할 입장은 되지 못해서 원인에 대해 말해 줄 수는 없다. 다만, 고통스런 상황에 처했을 때 역설적으로 우리가 과연 무엇이 내 인생의 본질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예컨대 갑자기 신변에 이상이 생겨 사회의 밑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끝까지 남는 사람은 누구인지, 돈과 지위와 건강과 사람까지 모두 잃고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까지 깊이 들어가는 내담자들이 꼭 많은 것만은 아니다.
짧은 몇 가지 질문과 답으로 이루어진 상담 코너는 사실 여러 가지 제한이 많아서 특히 오랜 기간 분석을 하면서 참자기를 찾도록 도와주려고 하는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그 의의에 대해 회의가 가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분석가나 상담가를 찾아가지 못하는 사람, 또 지면으로라도 크고 작은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짧은 글이 가질 수밖에 없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상담코너를 시작하려고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각자의 문제가 가장 무겁게 느껴진다. 남의 아픈 마음에 대해 객관적으로 “뭐 그까짓 것 갖고 그래”라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운명은 견딜 수 있는 만큼 고통스럽게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해서, 어떤 문제든, 절실하고 힘든 것이라면 상담의 지면을 통해 많은 이들과 그 아픈 마음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E-mail: sangdam@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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