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 든 악’과 싸워 나가기.”
심각한 표정을 지은 한 지인의 말이다. 어느 날 운전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섰는데 아무도 건너지 않아 돌아봤더니 좌우측에 일곱 명쯤 되는 분들이 신호가 바뀐 줄을 모르고 전부 핸드폰을 보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체험하게 됐다는 것이다.
순간 당황했지만 자기 자신도 핸드폰에 중독돼 가는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핸드폰은 정말 무섭다. 병원을 가도, 음식점에 가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보게 된다. 울며 떼쓰는 어린아이의 울음을 멈추기 위해서 즉시 동영상을 보여주는 응급처치를 하는 어머니들. 식사를 주문해 놓고 긴 시간을 침묵하기에 나는 열심한 개신교 신자들인 줄로 착각했었다. 알고 보니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모습들이었다. 편리한 전자문화 시대에 중독돼가는 또 다른 쓰레기들이 우리 마음을 점령해 가고 있다.
2009년 교황청 대변인께서 성탄절을 앞두고 라디오 대담을 한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젊은이들이여, 핸드폰과 인터넷을 자제해 주십시오. 그것으로 인해 하느님과 기도가 끊어졌고, 가족 간에 대화가 차단됐습니다.”
자제할 줄 아는 것도 신앙인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직원을 뽑을 때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일주일에 몇 번 되나요?” 각자 바쁜 일정으로 함께 모이는 것도 힘든 시대가 됐다.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식사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교육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건전한 대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매너. 윗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예의범절. 가장의 기도를 통해서 묻어나는 신앙의 힘이 그 안에서 이뤄진다.
요즘 뉴스를 보면 주·정차 문제, 가로막기 운전으로 인내력이 상실된 폭력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전자 문화로 인해 단순화 돼 가는 삶의 병폐가 쌓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웃과 대화가 차단되고, 가정 안에 대화가 사막화 돼가고 있다. 이 시대의 악은 바로 내 안에 들어와 우리를 통제하고 나섰다. 하루에 몇 번이고 무심해지는 연습을 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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