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일을 맞이한 날, 엉겁결에 후배 수사님으로 눈물 젖은 빵을 얻어먹었습니다. 그러면서 후배 수사님이 하는 말이,
“팥빙수까지 주문하려고 했는데, 돈이 좀 모자라서 빵과 음료수만 가져왔습니다.”
그 말을 듣자, 나는 그만 기가 막혀서,
“아니, 나를 좀 부르지 그랬어. 이 빵이랑 음료수 값, 그 많은 동전으로 계산했을 텐데, 직원들 좀 힘들었겠다.”
그 말을 듣더니, 웃으면서
“빵 값 계산하느라, 직원들 좀 힘들어했습니다.”
“아니, 왜? 동전으로 빵 값 낸다고 너를 무시했어?”
“아뇨, 그게 아니라, 빵 값 내려고 비닐봉지 꺼내다가 그만 비닐이 터지는 바람에 돈이 땅바닥 여기저기 굴렀어요. 그래서 직원들이 총출동해서 여기저기 구석구석 돈 줍느라!”
“야, 네가 더 부끄러워 힘들었겠다.”
“사실 저는 안 놀랬는데, 제 옆에 빵이랑 커피 가지고 가는 분이 굴러가는 돈 밟아 주다 그만 커피를 쏟아 버렸어요.”
“정말? 아니, 그 짧은 시간에 그 모든 일이 터진 거야?”
“짧은 시간 아닌데요. 시간이 좀 흘렀는데!”
“뭐, 정말?”
시계를 보니, 대략 20분 정도가 흘렀던 모양입니다. 어, 나는 뭐했지? 순간, ‘아, 푸른 하늘, 뭉게구름! 그리고 그만 잠들어 버렸구나! 헐, 이런….’ 허술하게 차려입은 남자 둘이 빵집에 와서 하나는 창가 탁자에 앉아 잠자고, 또 한 사람은 동전을 매장에 쏟아 전 직원들 긴장시키고! 그런데 놀라운 것은 히히, 하나도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다른 분들과 왔다면 창피했을 텐데, 내 형제와 함께 있으니 하나도 부끄럽지 않고 창피한 상황에서도 그냥 당당하게 빵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문득 ‘형제는 용감했다’, 뭐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이런 것이 위기에서 형제적 사랑이 그 어떤 부끄러움 앞에서도 당당하고, 힘겨움을 이겨내는 형제적 나눔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형제가 옆에 있기만 해도 좋으니, 결국 형제애가 서로에게 큰 힘을 주나 봅니다.
그래서 나는 빵을 한 입 먹으며, 후배 수사님에게,
“그리고 팥빙수가 먹고 싶었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그러자 후배 수사님은 웃으며,
“말을 하려고 쳐다봤는데, 멀리서 보니 꼼짝도 않고 자고 있는 듯해서 말을 못했어요.”
“바보같이, 그래서 어쨌어?”
“어쩌긴요, 다 만들고 나온 팥빙수를 보고 직원에게 다시 취소되느냐 물었죠!”
“뭐, 뭐라고? 주문해서 나오는 팥빙수를 취소했다고? 이런! 그게 가능해?”
“가능하나마나, 돈이 없으니 어쩌겠어요.”
갑자기 형제애는 사라지고, 너무 창피해서 후배 수사님과 빵이랑 음료수를 들고 그 빵집을 서둘러 나와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날, 나를 깜빡 잠들게 했던 푸른 하늘, 하얀 뭉게구름이 너무나도 야속하게 느껴지던 날이었습니다. 그 날, 크게 깨달은 것은 형제애 감정이란 단지 말로서 백 번, 천 번을 묵상 중에 느끼고, 또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믿음의 힘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 어떤 창피함 앞에서도 맞설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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