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전역을 앞둔 군인입니다. 수능시험을 망치고 도망치듯 입대를 결정했는데, 전역 후 사회에 나갈 생각을 하니 걱정만 앞섭니다. 재수 준비도 걱정이지만 어떤 대학, 어느 학과를 선택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형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이것저것 해보면서 저에게 맞는 것을 찾으라는데 그럴만한 여유는 없는 것 같고요. 일단 몸 성히 전역하자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긴 한데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 너무 힘이 듭니다.
답변
먼저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도망치듯 입대를 결정했기에 미래에 대해 전혀 대비할 생각을 못한 채 전역을 눈앞에 두고, 미래는 불투명한 것 투성이니까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지 짐작이 됩니다.
우선은 마음을 놓으시고 여유를 찾으시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요? 그리고 생각의 방향을 좀 바꿔 보시지요. 이제 군대생활도 잘 끝났고 내 앞에 펼쳐질 새로운 길은 오직 나의 선택에 따라 내가 만들어나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주어졌으니, 군대생활을 통해서 조직사회를 체험하고 많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먼저 드려보시지요. 그리고 내가 스스로 이룩해나가야 할 ‘자아의 신화’를 바로 찾아나가기 위해서, 브라질의 소설가인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한 권 구해서 천천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은 바로 수능시험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어떤 대학에 어느 학과를 가야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내가 아무리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수능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원하는 대학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주어진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우선은 내가 지난번에 수능에 실패했던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해보고, 미비점을 잘 보완해가면서 수능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수능을 준비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틈틈이 생각해 보세요. 나는 앞으로 창창하게 남은 내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내가 지니고 있는 진정한 가치관, 즉 내가 나의 삶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무엇인가?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내 삶의 주인은 나 자신이지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소위 말해서 인간의 개성보다는 집단과 사회의 요구에 더 잘 맞추어나가는 요령 있는 사람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그러한 사회의 요구에도 맞추어나가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야만 ‘자아의 신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내 앞에 주어진 인생은 바로 나 자신의 것이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먼저 나는 군대생활을 훌륭하게 잘 마친 대한민국의 젊은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하나씩 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십시오. 그 첫걸음이 바로 수능을 잘 준비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틈틈이 나에게 가장 큰 의미를 줄 수 있는 전공영역을 정하시고, 그 전공에 걸맞은 대학을 선택하시는 것이 순서이겠지요.
안달루시아 평야에서 양을 치던 산티아고가 어느 날 만났던 살렘의 왕이라는 노(老) 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내가 스스로 찾아나가야 할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노(老) 현자의 말을 믿고 용기를 가지십시오. 그리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그 길을 향해 찬찬히 발걸음을 옮겨나가 보십시오. 당신이 그것을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가, 바로 하느님이 당신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E-mail: sangdam@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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