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대한민국 동쪽 땅 끝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가 울려 퍼졌다. 화답하듯 독도 동도를 뒤덮고 있던 250여 개의 태극기들이 힘차게 휘날렸다. 독도에서 처음으로 공식 미사가 거행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독도’라는 두 글자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독도를 잘 보존하고 이곳에서부터 평화가 번져 나갈 수 있도록 기도의 힘을 모아야지요.”
“독도에서 봉헌하는 첫 미사에 참례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이 첫 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겠지요.”
평생을 울릉도에서 살았지만 독도는 처음인 울릉도민, 휴가차 왔다가 ‘운명적’으로 독도 미사에 참례한 신자, 자녀들에게 독도의 기억을 새겨주고 싶어 어렵게 시간을 낸 젊은 부부, 모두 독도가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모였다.
독도 동도 물양장(소형 선박이 접안하는 곳)에서 봉헌한 첫 미사는 독도를 관할하는 대구대교구 도동본당(주임 손성호 신부) 주관으로 거행됐다. ‘순국선열 추모 및 평화 수호’를 지향으로 바친 성모신심 미사였다.
본당은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가 독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전구해주길 바라는 지향으로 해마다 8월 15일에 미사를 봉헌해왔다. 지난 2009년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성당 뒤편 언덕에 ‘독도 지키는 성모님상’을 세운 것이 큰 계기가 됐다. 특히 손성호 신부는 3년 전 도동본당으로 부임한 직후부터 독도 현지 미사 봉헌을 계획해왔다.
그러나 독도에 발을 내디디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방파제가 없어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배를 댈 수가 없고 접안시설도 부족해, 입도가 가능한 날은 연간 60여 일이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미사는 다른 종교와의 형평성, 일본과의 외교 문제 등의 변수로 인해 쉽게 허가가 나지 않았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봉헌한 이번 미사는 기상 악화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어렵사리 마련됐다. 울릉군 행정선인 ‘독도 평화호’로 이동하는 여정으로, 승선 인원도 제한됐다. 때문에 울릉도 도동과 천부본당 신자들과 대구대교구 4대리구 신자들, 각 언론사 기자 등 불과 65명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독도 평화호’는 독도를 구성하고 있는 동도와 서도를 비롯해 주변 89개 섬을 휘휘 돌아 동도 물양장에 배를 댔다. 미사는 손성호 신부와 천부본당 나기정 신부가 공동으로 집전했다. 외부 방문객 외 독도 수비대원 10여 명도 함께 자리했다.
“홀로 서 있는 독도(獨島)는 언제나 자기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생각하는 존재와도 같습니다. 독도가 평화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변함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獨島’가 돼야 하고, 난리의 중심이 아니라 평화의 중심이 돼야 합니다.”
손성호 신부의 강론이 이어지자, 모두의 얼굴에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결연한 표정들이 번져갔다.
“진정한 평화는 정의 실현에서 옵니다. 정의란 각자의 것을 각자에게 돌려주는 데서 출발하지요. 부당한 착취나 압제는 평화를 깨고 인권을 유린하는 것이기에 평화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참례자들은 미사를 통해 정의가 온전하게 실현되는 날까지 ‘독도 지키는 성모님’과 함께 기도할 뜻을 다졌다.
본당은 앞으로는 매년 5월 성모성월에 독도에서 평화 수호 미사를 정기적으로 봉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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