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밀라노 엑스포를 기념해 한국과 이탈리아 조각가들이 만나는 역사적인 자리가 마련됐다. 7월 16일~8월 1일 이탈리아 밀라노 페르마넨테 주립미술관에서 열린 이 전시는 지난해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30주년 이후 이어진 터라 더욱 의미 있다.
한국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는 미술사학자 고종희 교수(마리아·한양여대 실용미술과)다. 이탈리아 전시 기획자이자 참여 작가인 막시모 펠레그리네티 교수와 평론가 마리아 만치니 교수(밀라노 브레라 국립미술대학)가 지난해 4월 고 교수에게 이번 전시를 제안한 것이다.
고 교수는 “세계적인 이탈리아 유명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며 “한국에도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참여 작가 선정부터 전반적인 전시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국의 참여 작가들은 놀라운 수준이다. 이탈리아 현대조각의 선구자 아르투로 마르티니(1889~1947), 캔버스에 칼집을 내는 작업으로 유명한 거장 루치오 폰타나(1899~1968), 20세기 추상조각의 대표작가 아르날드 포모도로 등 24명의 작품 26점이 전시에 참여했다. 한국 작가들로는 세계적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1932~2006), 한국 현대조각의 선구자 권진규(1922~1973), 이우환, 김영원, 한진섭 등을 비롯한 13명의 작품 21점이 전시됐다.
전시의 주제는 ‘늑대와 호랑이’. 양국 작가들의 우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라와 세대를 뛰어넘어 작품을 통해 유명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전시장에는 수많은 관객들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최근 100년간 한국과 이탈리아의 조각사를 돌이켜보고 동서양과 세대 간 차이에서 오는 여러 부분들을 조명하고자 마련된 이번 전시에 대한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주요 언론사들이 이번 전시를 다뤘고 관객들의 반응도 좋아 미술관 측에서 연장전을 제의할 정도였다.
한 이탈리아 평론가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오히려 서양적이었고, 이탈리아 작가들의 작품은 매우 동양적이었다”고 평했다. 이탈리아 최고 작가들과 함께 한국 조각의 우수함을 인정받은 것이다. 뜨거운 현지 반응에 이어서는 9월 19일~10월 10일 아부르쪼 산비토 미술관에서 참여 작가들의 드로잉전을 열 예정이다.
루치아노 파브로(1936~2007)의 ‘성 레덴또레 성당의 네 개의 파사드(건물 정면)’는 물론 로베르토 로키와 잔니 카라바조 등 가톨릭의 본고장 이탈리아 작가들의 작품에는 신앙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원초적 숭고함을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
고 교수는 “많은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양국 전시를 꼭 해야겠다는 소명 같은 것을 느꼈다”며 “현대조각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우수하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고 전했다.
한국과 이탈리아 작가들의 우정을 잇는 전시는 내년 5월 한국조각가협회가 주최하는 ‘조각페스타’ 이탈리아 특별전의 열기로 이어질 예정이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