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니 모든 것이 고맙고 너무나 행복합니다.”
지난 성모 승천 대축일 대구대교구 구미 옥계본당(주임 홍창익 신부)에서 세례받은 북한이탈주민 최연희(가명·가타리나)씨는 세례 때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여전히 상기된 표정이었다. 오늘이 있기까지 길을 열어 주고 이끌어 준 것이 다 하느님 은총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2000년 12월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압록강을 건넜다. 자식들에게 그저 밥이라도 제대로 먹일 수 있길 바라며 중국행을 택했다. 중국생활도 쉽진 않았지만 근근이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던 중 2008년 체포된 최씨는 북으로 압송, 평안남도 증산 제2교화소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배고픔’이었다. 곁에 있던 이들이 영양실조로 죽어 나가기 일쑤였다.
“제대로 먹지 못해 몸무게가 겨우 28㎏밖에 되지 않았어요.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것이 낫겠다 생각한 적도 많지만, 중국에 두고 온 딸들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버텼죠.”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최씨는 마침내 2013년 5월 다시 중국으로 건너갈 수 있었고, 이듬해 5월 큰딸과 함께 한국으로 오게 됐다. 둘째 딸은 아직 하나원에 있지만 곧 구미로 내려와 함께 살 예정이다.
중국에서 잠깐이나마 교회를 접하면서 어렴풋이 하느님에 대해 알게 된 최씨는 남한에 오기까지 한시도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느님께 제발 길을 열어달라고 계속 기도했고, 그 기도를 들어주셔서 이렇게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하느님만 믿고 의지하며 살아야죠.”
무사히 정착한 후 그는 잊지 않고 성당을 찾았고, 옥계본당 신자들은 그런 최씨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자신을 환대하는 신자들 모습에서 큰 힘을 얻은 최씨는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났다.
열심히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 최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난 5월 취업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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