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밝아지려면 남을 생각하는 기부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눔들이 이어질 때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이번 기증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8월 18일 일생 동안 작업한 회화 435점과 글씨 182점, 작품 활동에 사용했던 먹과 벼루 213점 등 총 830점을 경북도에 기증한 소산(小山) 박대성(71·바오로·서울 세검정본당) 화백. 박 화백은 “경북도의 문화 융성 및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기증 의미를 밝히면서 ‘나눔’을 거듭 강조했다.
“작품을 보는 분들이 ‘함께 나눈다’는 열린 마음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이런 마음들이 후세로 이어지면 결국 하느님 뜻을 기리는 활동이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박 화백이 기증한 작품들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솔거미술관’에 전시된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에서 진행되는 ‘실크로드 경주 2015’ 개막에 맞춰 21일 개관한 솔거미술관은 박 화백의 작품 전시를 위해 지어진 공간이다. 개관 기념 특별전은 ‘박대성 기증작품전’과 최신작 위주의 ‘붓끝 아래의 남산’으로 11월 29일까지 진행된다.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난 박 화백은 남북 게릴라전에 휘말려 1949년 어린 나이에 왼쪽 팔을 잃었다. 이후 장애로 놀림을 받는 학교보다 방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는 일상에 심취했고, 제도권 정규교육이나 가르침을 받지 않고 주변 사물을 따라 그리며 독학으로 그림을 익혀나갔다. 이러한 생활은 20대 후반까지도 이어졌다.
지독히도 가난하고 외로웠던 시절. “골방에서 그림만 그리며 생활하는 청년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대구대교구 한 사제가 그의 작업실을 찾은 것이 신앙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 사제는 박 화백에게 “‘가톨릭문화관’이라는 곳이 있으니 그곳에서 지내며 그림을 그리라”고 제안했다. 작업실 전기세조차 내기 힘들었던 시절, 박 화백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 인연을 계기로 세례까지 받았다. 이후 작품활동과 함께 매일 묵주기도 봉헌은 빠지지 않는 일과가 됐다. 1979년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박 화백은 사라져가는 전통 한국화의 뿌리를 계승하는 ‘한국화의 거장’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제 삶을 돌아보면 기적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일찍 부모를 잃었고 어린 나이에 장애까지 얻었죠. 지독히도 가난하고 힘들었던 상황에서 다른 길을 생각하지 않고 70년 외길을 걸어 지금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흔들리지 않도록 이끌어주신 하느님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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