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희 아버지께서는 좀 보수적인 분이십니다. 신문도 방송도 딱 보시는 것만 보세요. 그래서인지 세월호 참사나 강정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화부터 내십니다.
제가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교회에서 말하는 입장에 대해 말씀을 드려도 그냥 침묵하실 뿐 제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으시고 다음에 또 같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 후에도 몇 번 더 말씀을 드렸더니 제 앞에서는 이야기하시지 않지만 저를 못마땅해 하시네요.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아버님 같으신 어르신들이 이 땅에는 참 많습니다. 그 분들 중에는 직접 일제시대와 6·25 동란을 겪으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일제강점기의 군국주의 교육을 받았거나, 전쟁 중 북한과의 갈등으로 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것도 봤던 분들이십니다. 그 와중에 일본의 전체주의나 식민사관 등에 젖으신 분들도 있고, 이념 갈등으로 인해 생각이 극단적으로 굳어지신 분들도 많습니다.
또 이승만이나 박정희 독재에서 고초를 겪으신 분들보다는 독재자들에게 영합하고 동조하는 여론의 주장에 그대로 믿으신 분들이 더 많으십니다. 그런 과거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왜 그렇게 지금의 젊은이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계신지 이해하시기가 힘드실 겁니다. 더구나 뇌는 나이가 들수록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게 변합니다.
그런 분들한테는 자신들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고 피력하기보다는 그분들이 일단 과거, 일제나 독재, 또 다른 전쟁 세력들과 어떻게 만났고 대처하는지를 물어보시는게 좋으실 겁니다. 그분들 중에는 일제 말, 조용히 독립운동에 참여하신 분들도 있고, 4·19 학생 혁명에 참가하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또 10·26 전후, 독재와 관련되어 힘든 고비를 넘기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물론 반대로 그 와중에도 절대적으로 권력지향적인 삶을 사신 분들도 물론 계시겠지요. 하지만 일단 어떤 이념을 갖고 있건 노인들의 삶에는 젊은이들이 갖고 있지 않는 정보와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그분들의 말을 참을성 있게 다만 한 시간이라도 들어주다 보면, 오히려 마음의 문을 열어주실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컨대 “아버님도 한때는 독재에 반대하는 혁명에 동참하셨군요. 그런데 아버님의 그런 정의로운 기질을 그대로 전승한 젊은이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정치권이 잘못되건 말건, 정의로운 것보다는 자기 이익에만 더 집중하는 편이지요?”라고 물어보신다면, 아버님도 한 번쯤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념과 종교가 다를 때 사실 대화를 이끌어 가기가 매우 힘들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가치관이 있어서 남들에 의해 그 가치관이 부정될 때 마치 자신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아버님 세대의 정치적 지향성이 젊은 세대들의 눈으로 다르다 해도, 또 그런 생각이 이 사회의 균형을 맞추어 주는 하나의 축이 될 수 있으니까, 서로 상대방에 대해 깊이 이해해 보려는 태도가 필요하겠습니다.
더구나 가족이나 친구라면 어떤 인생관을 갖고 있건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그에 대해 절대적인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진정한 가족애나 우정에는 어떤 이데올로기도 넘을 수 있는 아름다운 힘이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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