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벽과 그림을 돋보이게 하는 조명, 작품을 지지하는 받침대, 널따란 원목탁자. 100㎡ 규모의 번듯한 이 갤러리의 대관료는 무료다. 사무실과 공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까지 합치면 200㎡쯤 되는 규모다.
김용찬(마태오·64·수원교구 구성본당)-김신녀(아녜스·61)씨 부부는 7월 25일 ‘레드아트홀’의 문을 열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사업목적으로 매입해뒀던 공간을 예술인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다.
“4년 전부터 옻칠을 배우고 있어요. 그런데 전통공예나 예술의 사회적 현실이 열악합니다. 함께 배우던 사람들이 평생 하고 싶어 하던 예술을 버리고 생업을 찾아 떠나더라고요. 아예 직종을 바꾸는 거지요.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예순이 넘으면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려던 계획대로 그는 잘나가던 사업을 과감히 접었다. 대신 사업목적으로 매입했던 공간을 자신의 옻칠 작업실로 만들고, 그 절반을 갤러리로 리모델링해 예술인들에게 내놓았다. 값비싼 대관료를 감당하지 못해 전시 한 번 열지 못하는 예술인들이 없도록 무료 갤러리를 연 것이다. 옻칠을 함께 하던 아내도 그의 생각에 기꺼이 찬성했다.
“기도하면서 앞으로 우리 부부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어요. 레드아트홀을 열고 보니 하느님께서 저희를 이렇게 이끌어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지요.”
부부는 세상에서 받고 누려왔던 것들을 이제 다른 이들에게 돌려줄 차례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레드아트홀’의 대관 절차는 여타의 갤러리와는 다르다. 가장 어려운 처지의 예술인이 우선적으로 갤러리를 대여할 수 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환영이다. 회화와 입체, 설치, 사진, 전통공예 등 다양한 전시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부부의 따뜻한 환대와 직접 내린 더치커피, 다과 등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부부는 특히 가톨릭 교우들의 예술 전시 공간으로도 쓰이길 원한다. 교회 안 우수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활동을 후원하는 것은 물론 가톨릭 종교미술의 예술적 면모를 지역사회와 나누고 싶어서다.
아트홀의 문을 연 지 한 달 여밖에 되지 않아 현재는 친구인 김정준 화가의 회화작품전과 부부의 옻칠공예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경상과 반닫이, 함, 성작세트 등 옻칠공예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디지털엠파이어 C동 304호(분당선 망포역 1번 출구 앞 20m거리)에 위치한다.
※문의 031-273-1245 레드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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