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0명 가까이 오는 환자들을 의사선생님 혼자 감당하시기 어려워서 저도 돕고 있습니다. 조원제(요셉) 형제님은 주로 외상환자들과 아기들 그리고 중증을 보이는 환자들을 진찰하시고, 저는 감기 몸살이나 배탈, 설사 그리고 단순한 피부병 등 약으로 치료 가능한 환자들을 받아 약을 처방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오시기 전에도 이미 진료소를 운영하며 아이들을 치료해주고 있었지만, 그때의 진료소가 양호실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진료소는 어엿한 작은 병원 수준입니다.
의사선생님이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며 의료봉사하신 지도 어언 3년, 이젠 아강그리알에 병원이 있다는 소식이 너무도 널리 퍼져서 40㎞가 넘는 먼 거리의 마을에서도 사람들이 걸어서 찾아옵니다. 이 근방에 의료시설이 없는 이유도 있지만, 이곳 진료소에서 주는 약이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람을 치료하는 일이나 약을 주는 일이나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일이니 만큼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남수단에는 약국이 없어서 사람들은 시장에 가서 약을 사먹곤 합니다. 시장에서 파는 약은 주로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들이 기관에서 몰래 빼돌린 것인데, 페니실린이나 아목사실린 등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사람들에게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기도 합니다. ‘돈을 주고 사먹는 약이 더 좋다’라는 생각이 만연한 이곳에서는 약 장사가 아주 잘 되는 편입니다.
약을 파는 사람은 의사도 약사도 아니기에 사람들의 건강에는 무관심하고 단지 약을 팔아 번 돈으로 많은 부인과 자식들을 거느리며 살 궁리만 합니다.
저 또한 의사도 약사도 아니기에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무분별한 의약품 거래와 그에 따른 약물의 과용과 오용이 이곳 사람들을 더욱 병들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이곳 진료소에서 사용하는 약은 모두 한국에서 온 의약품들입니다. 구입한 약품들도 있지만 기증 받은 약품들도 있습니다. 구입한 약품들은 모두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것들이지만, 기증받은 약품들은 거의 모두가 유효기간이 지난 약품들입니다.
한국에서부터 이곳까지 컨테이너 운송이 3개월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약품들이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후에 기증되었다는 사실을 매년 컨테이너를 받을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마음과 실망이 큽니다.
‘더 이상 한국에서 사용할 수 없는 약품들이니 아프리카에라도 보내자’라는 심산이었을까요?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진정 누군가를 돕고자 한다면 개인적인 욕심은 비우고, 마치 내 가족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부디 내년에는 ‘우리의 관심에서부터 버려진 사람들을 위한 버려진 의약품’들이 더 이상 컨테이너 한 구석을 채우는 일이 없길 바라며, 이곳에서의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위해 많은 분들의 봉사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 의료봉사로 운영되는 아강그리알 병원 앞에서 현지 어린이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 후원계좌 612501-01-370421 국민, 1005-801-315879 우리, 1076-01-012387 농협, 03227-12-004926 신협, 100-030-732807 신한
(예금주 (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 수원교구 해외선교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다음과 같은 봉사자를 찾습니다.
- 사회복지, 의료분야, 영어교육, 태권도교육 등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