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고 지내던 가난한 이웃들의 이야기, 소외된 이들의 아픔이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제주도 강정마을(서귀포시 말질로 187)에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이하 평화센터)가 문을 열면서부터다.
평화센터 축복식이 열린 9월 5일 오전, 제주 전역은 물론 우리나라 곳곳이 들썩였다.
연면적 747.93㎡에 5층 규모. 그리 크지 않은, 주변에 자리한 해군기지에 비하면 점처럼 보이는 평화센터의 출발을 보기 위해 강정마을을 찾은 이들의 가슴은 감동으로 일렁이는 듯했다. 평화센터는 일개 건물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전국 곳곳에서 마음을 모아온 6800여 명의 사랑이 뭉쳐진 결정체였기 때문이다.
평화센터 1층 ‘찌글라’(‘같이 가자’는 뜻의 제주도 방언)에는 카페와 광장, 2층에는 사무실·세미나실·기도실 등을 갖춘 강정공소가 들어섰다. 교황 프란치스코 전시관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구럼비’로 이름 붙여진 3층에는 사제관, 숙소를 비롯해 제주 4.3과 일제전적지, 강정마을 등 제주의 아픈 역사와 관련된 작품들이 전시될 제주역사관이 조성됐다. 4층 ‘할망물’에는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을 위한 식당·모임방·전망대, 5층 ‘우뜨르’(‘시골’이라는 뜻)에는 다락·강정 바다 전망대, 평화메시지관이 마련됐다.
평화센터는 앞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내어주신 생명과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길을 열어나갈 계획이다. ▲생명·평화 영성을 위한 활동 ▲생명·평화 실현을 위한 연대활동 ▲생명·평화 실현을 위한 학술·교육·문화·출판 사업 ▲생명평화마을 만들기 사업 등을 펼친다.
평화센터는 개관을 기념해 9월 1일부터 20일까지 개관기념 초대전 ‘고요’를 연다. 이 전시회에는 홍진숙·홍보람 작가의 ‘구럼비의 여름’, ‘자연과 함께 그림-구럼비’ 등 해군기지 건설로 파괴된 너럭바위인 구럼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9월 7∼9일 ‘비무장 평화의 섬, 그 의미를 조명·성찰하고 계획한다’ 주제의 제2회 강정평화 콘퍼런스도 마련했다.
평화센터는 8월 12일 창립총회를 열어 초대 이사장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센터장에 고병수 신부(제주교구 복음화실장), 운영위원장으로 박문수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를 각각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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