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주변에서 재미없는 사람이라 인식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게 뭐 어때?’라는 생각이었지만, 제 인간관계가 너무 사무적으로 되는 거 같아 걱정입니다.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거나 연락을 해도 딱히 할 말도 없고, 재미도 없다 보니 저한테 먼저 연락해주는 사람도 없고. 문제는 어디서부터 어떤 걸 고쳐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답변)
사람들은 만나면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만나면 편하고 기분 좋아지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재미는 개그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거나 만화를 보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재미보다는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존중해 준다는 느낌, 또 무언가 배울 점도 있고 채워진다는 느낌이 들 때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사람들을 만나서 돈을 푼다든가, 자신의 정보와 지식을 자랑한다든가, 혹은 무조건 우스운 이야기나 소문만 잔뜩 풀어낸다든가 하는 태도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상대가 진지하게 잘 들어주고, 자신의 삶에 관심을 가져 주고, 또 자신들의 고민과 고생이 결코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매우 소중하다고 인정을 해 줄 때,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신뢰를 느끼게 됩니다.
만약 사람들이 “너를 만나면 재미가 없어”라고 말한다면 “너는 농담도 못하고, 말 주변도 없어”란 뜻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동조하지 않는다는 뜻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가만히 관찰을 하면, 진심으로 오랫동안 인기 있는 친구들은 말을 많이 하거나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조용히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경청해 주고, 또 말없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모두 각자 사는 것이 바빠서 좀처럼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바쁠까봐 배려해 주느라 연락을 하지 않는 수도 있습니다. 또 자존심들도 강해서 혹시라도 거절당할까봐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막상 만나도 술이나 마시고 비만이 되기 쉬운 고열량 음식만 먹고 담배연기만 잔뜩 맞고 헤어진다면 오히려 기분만 나빠지고 건강에도 해롭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내게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이 꼭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어서만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수동적으로 왜 사람들이 나를 찾아 주지 않지, 나는 왜 이렇게 재미가 없는 사람인가 하고 자조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할 때 재미가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취미가 맞으면, 특별히 상대방의 성격이나 배경과 관계없이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재미는 꼭 엄청난 자극과 돈이 필요한 것에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예컨대 혼자 조용히 하는 목공일, 도자기 만들기, 그림 그리기, 영화 보기, 외국어 배우기, 악기 다루기, 산책하기, 애완동물 키우기, 시집 보기, 요리하기, 성경공부하기 등등 얼마든지 생활에서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
강력하고 자극적인 재미보다는 은근하고 오래가면서도 몸과 마음에 이로운 재미를 찾다 보면 그런 재미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과 또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됩니다. 친구는 얼마나 많이 사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두 사람이라도 얼마나 가치 있는 우정을 나누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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