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7월 18일, 38세의 늦은 나이에 입회해 용감하게 비행기를 타고 로마 본원으로 떠났던 세례자성요한수녀회 김숙희(소화데레사) 수녀를 만났다.
함박꽃 같은 편안한 미소를 지닌 김 수녀는 수도회 봉헌 생활을 고민하거나 선택을 두려워하고 있는 늦깎이 성소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며 기꺼이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성지순례 중에 어느 순간 제 마음 깊은 곳에서 ‘이제 좀 내어놓지 않을래?’라는 소리가 들렸어요. 지나고보니 그때가 처음으로 부르신 순간인 것 같아요.”
김 수녀가 성소를 처음 느낀 것은 성지순례에 가서였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지만, 피정 등에서 ‘이제 좀 내어 놓지 않을래?’라는 말이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1990년 부친이 선종했을 때 성소를 확신했다.
김 수녀는 “‘나도 어느날 갑자기 죽겠구나, 이렇게 살다가 싸늘한 시신으로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하느님이 나보고 내어놓으라 하시는데 수녀원에 가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제가 하느님이라면 저 같은 사람을 데려오지 않았을 거예요. 결심을 하고도 얼마나 망설였는지 말도 못해요. 그런데 미사 중에 ‘예수님께서 나를 사랑한다는 믿음만 있다면 나는 이 세상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강론을 듣고 울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어요. 그때 ‘예, 알겠습니다. 가겠습니다’를 반복했어요.”
김 수녀는 성소의 과정을 “하느님께서 나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입회하기까지 수없이 망설이고 고민했다. 사이가 각별했던 모친을 두고 외국에 본원을 둔 수도회로 떠나겠다는 것도, 40세를 바라보는 나이로 수도회에 들어가겠다는 것도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결심을 다시 하게 해 준 것은 기도와 미사 중에 얻은 깨달음이었다. 또 오묘하게 우연히 만난 중학교 동창이 늦은 나이에도 입회할 수 있는 수도회를 소개해 줬다.
김 수녀는 늦깎이 성소자들에게 ‘성체조배’를 권했다.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이 나를 부르시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수녀원에 들어가서도 성체조배 안에서 힘을 얻은 것 같아요. 물론 기도를 한다고 그 순간에 바로 답을 주시는 건 아니지만, 다른 방법을 통해서 잘 들을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것 같아요. 내가 내 인생길을 찾는 것인데 절박하게 해서 찾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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