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본당 부임지에서 공교롭게 성공회, 개신교, 성당이 동시에 건축을 하게 됐다. 규모가 작은 성공회가 빨리 지었고 성공회 신부는 먼저 내게 초대장을 보내 주었다. 되도록 예의를 갖추고 방문했다.
벨을 울리자 5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맞아줬다. 알고 보니 성공회 신부의 부인이었다. “여보, 천주교 신부님이 오셨어요.” 듣기가 이상했다. 어떨결에 성공회 신부와 마주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성공회 신부는 간간이 부인을 찾고 있었다.
“여보, 차 준비하세요.” 대화 중에 전화가 오면 “여보, 전화 받으세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같은 로만 칼라를 했으면서도 다른 점이 비교됐다. 저 신부에게는 ‘여보’가 있네….
나이가 지긋한 60대의 사제는 규모가 큰 성당을 짓고 있는 나를 위로하고 있었지만 왠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성당 안에 들어가보니 있을 것은 다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성모님을 모시지 않는지 성상이 보이지 않았다. 같으면서도 뭔가 빠진 것 같은 묘한 느낌을 갖고 돌아왔다.
당시 나는 사제관에 어머님을 모시고 살았다. 돌아오자마자 “어머니”하고 불렀다.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수록 깊이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시는 어머님. 아들 사제가 잘못하면 따끔한 충고를 아끼시지 않는 어머님. 싫은 소리도 다 참아 받으시는 어머님.
내 옆에 ‘여보, 저보’ 대신 ‘어머님’을 주셨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모 대학원에서 어느 목사와 끝장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다. “천주교는 왜 마리아를 믿는 거요?” 듣던 중 반가웠다.
첫째, 루카복음 2장 52절 예수님이 어머님께 순종하며 산 이유를 물었다. ‘휘포타소메노스’의 히랍어 원본 글을 써 주면서 개신교 성경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비교해 주었다. 개신교 성경에서는 ‘반드시 받들어 순명했다’고 더 자세히 명시되어 있었다.
둘째, 요한 사도가 에페소에서 마리아를 모시고 산 집에 지금도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공경하러 순례 오는 이유를 들었다.
셋째, 이슬람 경전 알 이므란 3장의 예를 들어 ‘동정성의 마리아’를 훼손하지 않고 공경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넷째, 목사인 당신에게도 많은 신자들이 기도를 부탁하는데, 왜 직접 하느님께 기도를 청하지 어째서 당신을 통해서 기도를 청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하물며 예수님이 순종하신 마리아를 통해 기도하는 것이 당신이나 이 사제를 통한 것보다 못한 일인가를 되물었다. 그의 침묵 속에서 어머님의 승리를 맛볼 수 있었다.
아무튼 한 개인의 어머님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나를 복된 어머니’로서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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