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영화 ‘연평해전’을 보았습니다. 2002년 6월 29일 발발한 제2연평해전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한일 월드컵의 흥분된 분위기에 묻혀 서해 망망대해에서 고군분투하다 전사한 우리 해군 6용사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날 대한민국은 ‘월드컵 4강 신화’라는 벅찬 감동 속에 붉은 악마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했었죠. 하지만 참수리 357정은 오전 10시25분 무렵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을 받았고, 31분간 계속된 치열한 교전 속에 승조원 28명 중 6명의 전사자와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스크린 속 격렬한 전투 장면은 숨 막힐 정도로 참담했습니다. 피로 흥건해진 갑판 위에서 적을 향해 맹렬히 응사하며 사투를 벌인 수병들의 처절한 모습이 너무나 생생했기 때문입니다.
고 윤영하 소령은 부하들을 지휘하다 적의 포탄에 쓰러졌고, 고 한상국 상사는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공격 받은 조타실을 마지막까지 지켰습니다. 고 조천형, 황도현 중사는 20미리 발칸포로 응사하다 최후의 순간까지 방아쇠를 놓지 않았고 고 서후원 중사는 갑판 위에서 M60 기관총 사격을 하다 적의 사격을 받고 숨졌습니다. 그리고 의무병 고 박동혁 병장은 전신에 입은 총상과 파편창에도 불구하고 전우들을 응급처치하다 중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된 뒤 84일 만에 전사했습니다.
저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참수리 357정의 6용사를 추모하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이며,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인 김대건 신부님은 굳은 신앙으로 한국교회의 초석이요, 우리 민족 복음화의 씨앗이 되셨습니다. 그는 이 땅에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다가 1846년 26세 젊은 나이에 순교하셨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온갖 박해와 환난 속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중한 피로 이 땅에 가톨릭이 굳건히 설 수 있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은 사목자로서 사명을 충실히 실천했고, 순교로써 자신을 완전하게 주님께 봉헌하셨습니다.
저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자신의 소중한 피로 우리 조국과 한국교회를 지킨 분들을 기억합니다. 임전무퇴의 자세로 끝까지 영해를 사수한 제2연평해전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대한민국에 가톨릭 전파를 위해 헌신하신 김대건 신부님과 동료 성인들의 거룩한 순교정신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의 삶을 본받고 고귀한 정신을 이어받아 조국을 수호하고 군 복음화의 삶을 충실히 실천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이여, 충의로 조국을 수호하는 군인들과 굳은 믿음으로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제들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