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교회의 의장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웨스트민스터대교구장)은 9월 2일 영국 ITV와 인터뷰를 갖고 “세살짜리 시리아 난민 소년이 익사한 채 얼굴이 바닥을 향해 있는 모습은 인간의 고통을 여실없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일란 쿠르디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소년이 9월 2일 터키 보드룸 해변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쿠르디를 포함해 난민 23명을 태운 소형보트 2대가 전복돼 1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7명은 구조됐다. 나머지 2명은 구명조끼를 입고 스스로 해안에 닿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시리아 내전을 피해 그리스 코스섬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니콜스 추기경은 “쿠르디의 모습을 본 영국인들 사이에서는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이주하려는 난민들에게 보다 관대한 처우를 해야 한다는 외침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전쟁이나 극심한 가난을 피해 유럽을 찾는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는 “영국 정부의 정책과 달리 영국 국민들은 유럽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할 만큼 관대한 자세를 지니고 있다”며 “영국인들은 숨진 쿠르디를 통해 난민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만난 모든 이들은 난민들을 죽도록 방관하고 해변가에 숨진 어린아이를 버려두는 행위는 불명예라고 말한다”면서 “유럽이 풍족하게 잘 사는 곳이라면 우리는 난민들을 위해 단기정책은 물론 장기적인 개입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난민들은 자신의 노부모와 어린 자녀들을 먹여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향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난민 문제는 더 이상 추상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가 난민 문제를 고민하면 할수록 보다 관대한 정치적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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